빨간 우체통

감쪽같이 사라진 택배

큰가방 2014. 4. 19. 18:48

감쪽같이 사라진 택배

 

전남 보성 회천면 회동마을 입구로 들어서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여기는 광주 화정동 우체국인데요. 회천면 화죽리 담당 집배원님이십니까?”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어제 화죽리 마산마을 이정인씨 택배 혹시 배달하셨나요?” “! 배달했는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그런데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또 그 택배를 다시 접수하러 왔거든요. 우리가 조회를 해 보니까 월요일 날 우리 우체국에서 접수되어 어제 배달된 것으로 나오는데

 

어제 다시 DH착불 택배로 접수되어 오늘 또 광주로 배달이 되어 다시 그곳으로 보낸다며 접수하러 오신 분이 화를 내고 야단이거든요.”

그러니까 어제의 일이였다. 평소와 같이 사무실에서 오늘 배달할 우편물을 정리하고 있는데 화죽리 마산마을 이정인씨 택배 하나가 눈에 보여

 

가만있자. 이건 어떻게 할까? 마산마을이 맨 마지막 코스인데 택배를 하루 종일 오토바이 적재함에 싣고 다닐 수도 없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마산마을에 들러 택배를 먼저 배달하고 다른 우편물을 배달해야겠다.’하고 맨 처음 이정인씨 댁으로 향하였으나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 휴대폰 전화를 걸었는데

 

안녕하십니까? 우체국입니다.” “! 우체국이라고 그란디 먼 일이여?” “조그만 택배가 하나왔는데 댁에 아무도 안 계셔서 전화했거든요.”

! 그랬어? 그라문 지금 우리 집이 와 부렇다고?” “그런데 집에 아무도 안 계시네요.” “요새 감자 종자 파종하니라고 정신이 한나도 읍는디 집에 사람이 이껏서?

 

그냥 거그 으따가 놨뚜고 가! 암디라도 놔또 부러도 누가 손 댈 사람 한나도 읍응께! 알었제?” “그러면 현관문을 열고 안에 넣어두고 갈게요.”

그래주문 더 고맙제! 그나저나 고맙소! 수고하씨요. !”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택배는 약속한 장소에 놓아두었고.

 

시간은 어느덧 오후 6시가 다 되어갈 무렵 우편물 배달이 끝나 우체국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나 여그 마산마을인디 아침에 택배 놔두고 간다 그랬는디 그거시 안 보여서 전화했단께 근디 그거 으따가 놨둬스까?”

 

현관 문 열면 바로 보이도록 놔두었는데 아직 안 보셨어요?” “그란디 그거시 안 보인당께! 혹시 우리 집 말고 다른디다 놔둔 것 아니여?”

그럴 리가요! 제가 이정인 댁을 몰라 다른 집으로 배달하겠습니까? 다시 한 번 찾아보십시오. 분명히 있을 겁니다.”하고 전화는 끊겼는데

 

10분 뒤 다시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아니 그것을 암만 차자도 읍당께 혹시 우리 집을 몰르고 따른 집으로 배달 해 분 것 아니여?”하고

심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제가 다시 그쪽으로 갈 테니까 조그만 기다려주세요.”하며 부지런히 마산마을로 향하여 달려가 이정인씨 현관문을 열었으나

 

택배는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택배에 무엇이 들었나요?” “머리 염색약하고 머리털 나는 약이라고 그라드만 그거시 10만원어치라고

우리 딸이 사준다고 그랬는디 읍어져 부렇네!”하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 영감님께 이 마을에 누가 훔쳐갈 사람도 없는데 이상한 일이네요.

 

그러면 내일까지 한 번 더 찾아보세요. 혹시 나오지 않으면 제가 변상해 드릴게요.”했는데 그게 DH 착불 택배로 접수되어 발송인에게 다시 배달이 되었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전남 보성 회천면 회령리 녹차밭 모습입니다.

도로가에 피어있는 갓 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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