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할머니와 보리이삭

큰가방 2015. 6. 7. 19:24

할머니와 보리이삭

 

전남 보성 회천면 장목마을 가운데 집에 택배를 하나 배달하려고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할머니께서 마당 한쪽에 보리이삭을 쌓아두고 신발로 조금씩 시멘트바닥에 문지르고 계시다가 안녕하세요?”하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그란디 오늘 우리 집이는 멋을 갖고 왔간디 마당까지 두루와?” “택배가 조그만 한 것을 보니 약이 왔나 보네요.”

내 약이 왔다고? 와따~! 그새 또 올 때가 되았는갑네 잉! 세월 참 빠르네!”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무슨 약을 잡수고 계세요?”

 

노인들이 먼 약을 묵으꺼시여? 천상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프고 앙것다가 일어날라문 사방디가 쑤시고 아프고 그랑께 묵제!”

할머니께서도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럴 거예요.” “그랑께 말이여! 약이 왔쓰문 그것은 기양 거그 우게다 놨둬부러!”

 

그럼 여기다 올려놓을게요.” 하고 현관문 앞에 놓여있는 네모난 돌 위에 올려놓고 그런데 보리이삭을 왜 시멘트 바닥에 문지르고 계세요?”

이거~? 어그저께 보리타작을 했는디 요새는 옛날 같이 사람이 보리를 비여갖고 풍구에 너서 타작을 안 하고

 

큰 트랙타 같은 기계가 지나가문 비여지고 아조 보리를 쳐 갖고 나오데! 그란디 끝난 뒤에 본께는 밭에가 보리이삭이 수북하니

너머 많이 남어갖고 아까와서 안되것드랑께!” “그래서 주워오셨어요?” “그라문 으짜꺼시여? 그 아까운 것을 기양 내불수도 읍는디!

 

그래서 갖고 왔는디 이것을 우추고 할 수가 읍응께 이라고 비비고 있어!” “날씨가 이렇게 무더운데 이걸 언제 다 신발로 문질러서

끝을 낼 수 있을까요?” “그라문 으차꺼시여? 이라고라도 해야제! 그란다고 이것 째깐을 기계로 쳐주라고 할 수도 읍고,

 

또 기계를 불러도 째깐하다고 여그까지 오도 안 하꺼이고, 그란다고 이 아까운 것을 갖다가 내부꺼시여?” “정말 그러시겠네요.

이럴 때는 옛날처럼 타작할 때 쓰는 도리깨라도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요.” “그랑께 말이여! 옛날에는 보리타작 끝나고 나문

 

사람들이 밭에 와갖고행이나 보리이삭 있는가?’보다가 째깐이라도 있으문 누가 주서간지도 모르게 다 주서가불고 그랬는디

인자는 밭에서 보리를 쳐도 누가 내다보도 안 하드랑께!” “자신의 일이 아닌 이상 누가 관심이나 갖겠어요?

 

그런데 요즘은 보리농사를 잘 짓지 않던데 할머니께서는 보리를 재배하셨나 보네요.” “요새는 쪽파나 감자를 심제 보리는 잘 안 심근디

나는 옛날부터 해 오든 것이라 보리를 심것서!” “보리가 쪽파나 감자에 비해 농사 짓기가 더 힘들지 않나요?”

 

보리는 가을에 한번 씨만 뿌려노문 약 같은 것은 한번도 안해도 기양 묵은디 감자나 쪽파는 잔 손질이 참말로 만이가고 그랑께

나는 보리가 더 낫드랑께!” “할머니께서 보리농사를 짓는 것도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셨군요. 저 그만 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하고

 

대문 밖을 나오면서 간단하고 편리하게 보리 이삭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옛날에는 보리타작을 하문 사람들이 다 나와서 보고 그랬는디 요새는 내다보도 안 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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