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큰 사람?
오늘은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시장이 서는 날인데, 집 사람이 “오늘 장에 볼일 있다고?”묻기에 “농약(農藥) 파는데 가서
작년에 감나무에 하얀 실 같은 게 많이 퍼져있어 보기 싫었는데 왜 그런지 알아보고 약을 좀 사오려고!”하였더니
“나는 고추모종을 좀 사와야겠는데!” “그러면 내가 시장에 간 김에 사올까?” “당신이 모종을 알아?” “내가 아무리 멍충하다고 그걸 몰라?”
“그럼 말해봐!” “무얼 말하라는 거야?” “종자를 말해보라고!” “그런 게 따로 있었나?” “그럼 있지 없어?”하여
오랜만에 둘이 함께 5일 시장을 가기로 하였는데, 시장이 가까워지자 길가에 노점상들이 자리를 펼치고, 튀밥을 튀어 파는 사람,
신발이나 옷가지를 파는 사람, 사과와 참외를 비닐봉지에 담아 파는 사람, 등 여기저기 많은 상인(商人)들이 자신의 물건 팔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짐! 장에 댕겨오시오?” “이~잉! 오늘은 장에를 둘이 같이 왔네! 아자씨는 정년했어?” “예! 했어요.” “우메~ 그새 해 부렇어?
그라문 날마다 집이가 있을라문 심심하것는디!” “그렇지도 않아요. 그런데 오늘은 맛있는 것 사 갖고 오세요?” “장에 가 본께 별로 살 것도 읍데!
그래서 아제 반찬만 몇 마리 사갖고 오니라고!”하시는 마을 사람들과 헤어져 종묘사(種苗社)로 향하였는데 고추나 가지, 수박, 토마토 등의
모종을 사려고 많은 농민들이 모여들어 정신이 없었다. “언니! 아삭이 고추는 어떤거여?” “이거여! 몇 개 주까?” “한 개에 을마씩이여?”
“열개에 이천 원!” “그라문 열 개, 그라고 청량고추도 열 개, 그리고 피망 고추는 두개, 그라문 전부다 얼마여?”하고 돈 계산을 하기에
“무슨 고추 종자가 그렇게 많어? 나는 그냥 한두 가지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옛날에는 그랬는데 요즘에는 청량, 피망, 가지, 오이, 꽈리고추까지
종류가 많아!”그리고 모종 구입이 끝난 다음 시장 안으로 들어섰는데 “우메! 자네 오랜만이네! 요새 바쁘제~잉?” “촌에가 다 바쁘제~에!
그란디 엊그저께 언니 태래비에 나오든디!” “이~잉! 먼자 은제 방송국에서 왔다고 찍어 가드만 한참 있어도 안 하드만 엊그저께
우리는 보도 못했는디 방송했다고 그라데!” “그랬어? 그래도 영 좋게 나오데~에! 그란디 오늘은 멋을 사온가?” “미나리 잔 사갖고 오니라고!
딴 것은 영 뻐신 것 같드만 이것은 보드랍고 좋네!” “그래 잉! 그라문 잘 가소 잉!”하더니 이번에는 떡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떡을 사서 비닐봉지 두 개에 나눠 담는 것을 보고 “집에 가져가려면 그걸 왜 나눠담는 거야? 비닐봉지 한 장이라도 아끼게
그냥 가져가지!”하였더니 “다 이유가 있다!”면서 쌀과 콩, 보리와 팥 등 잡곡을 파는 가게로 들어가더니
“언니! 이거 떡인데 이따 시장하시면 드시라!”며 건네준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이번에는 식당 앞에 조그만 좌판을 벌리고
엿, 국수, 메밀 묵 같은 식품을 파는 젊은 아주머니에게 “동생아! 배고프지? 이거 떡인데 먹어보라!”며 건네자
“언니는 뭘 또 이런 걸사와~아!”하며 또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러고 나서 여기저기 좌판에서 구입한 물건들이 짐을 싣는
조그만 손수레의 바구니에 가득차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장을 빠져 나오면서도 여전히 이사람 저사람 인사를 주고받느라 무척 바쁘다.
나는 40년 가까운 집배원 생활을 하였지만 5일 시장에 가도 별로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집 사람은 아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그렇다면 우리 집 사람은 발이 정말 큰 사람일까?”
"참깨를 안 덮어놓고 놔 둔께 새들이 달라 들어서 다 줏어 묵어 분당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