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치매와 건망증

큰가방 2021. 3. 20. 14:37

치매와 건망증

 

내일은 태풍 급의 강한 바람과 함께 곳에 따라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 있겠으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피해가 없도록 미리 대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하였는지 어제 깊은 밤부터 불어대기

 

시작한 강풍은 날이 새도록 사나운 괴성을 지르며 여기저기 많은 눈을 뿌려대더니 아침이 되면서 조금 잔잔해진 느낌이지만

눈 위를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게 느껴지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선배 두 분과 산 중턱쯤 내려왔을 때

 

선배 한분께서! 내 휴대폰이 어디 갔지?”하며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였다. “휴대폰이 사라졌나요?” “그러니까!

아까 내가 우리 딸에게 온 전화를 받고 호주머니에 잘 넣어둔 것 같은데 이상하다?” “혹시 아까 전화 받고 전화기를

 

운동기구 옆에 두고 온 것은 아닐까요?” “글쎄 그랬을까? 그럼 나 얼른 다시 갔다 와야겠네!” “거기에 놓아두었다면

누가 그걸 손댈 사람은 없을 테니 천천히 다녀오세요.”하자 급하게 전화기 놓아 둔 장소로 가는 것을 보고 옆의 선배께서

 

아이고! 벌써부터 저렇게 정신이 없어서 어디다 쓸까?”하며 혀를 끌끌 차신다. “그러면 형님은 혹시 무엇을 어디다 두고

찾은 적은 없으세요?” “어째 없겠는가? 내가 옛날 담배 피우던 시절 낚시를 갔는데 그날따라 고기가 영 안 잡히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어쩌겠는가? 고기가 잡힐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런데 오후 늦게 내 낚싯대의 찌가 살며시 올라오더니

갑자기 물속으로 쏜살 같이 빨려 들어가는 거야. 그래서 그 순간걸었다!’하며 힘차게 챔 질을 하자 물고기가 안 나오려고 버티는데

 

그 순간 하루 종일 기다린 보람이!’느껴지면서 손맛까지 기가 막혔는데 물고기를 잡아내고 보니 40cm가 넘는

누런 월척 토종붕어인데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그래서기분이다! 이럴 때는 담배를 한 대 피워야지!’하며

 

호주머니에서 꺼내 입에 물려니까 이미 그게 입에 물려있는 거야!” “그 말이 정말이세요? 아무리 그런다고 자신의 입에 물려있는지도

몰랐다면 조금 너무하신 거 아닐까요?” “그러니까 말일세! 또 한 번은 저녁에 밥을 먹고 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날은 양치를 하고 약봉지를 꺼내 손에 들고 주방으로 물을 가지러 가다 마침 TV에서 재미있는 프로를 방송하더라고

그래서 잠시 그것을 봤는데 나중에 보니 약은 먹지 않고 손에 그대로 쥐어져 있는 거야.” “그러면 정말 황당하셨겠네요.”

 

그런데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고 우리 친구는 궁도장에서 활을 쏘려고 분명히 집에서 잘 챙겨왔다는데 각지(角指 활을 쏠 때

시위를 잡아당기기 위하여 엄지손가락 아랫마디에 끼우는 뿔로 만든 물건)가 어디로 사라지고 없는 거야!” “그럼 어떻게 했을까요?”

 

그래서 여기저기 다 찾아보다 결국 찾지 못하고 급하게 상인(商人)에게각지하나 주세요!’하자 상인이

선생님 손가락에 지금 끼고 계신 것은 무엇입니까?’해서 엄지손가락을 보았더니 이미 끼워져 있더라는 거야.”

 

옛말에업은 애기 3년 찾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째 그분만 그랬겠어요? 저도 산에서 운동을 하다보면

가끔 자동차 열쇠나 스틱, 심지어 마스크까지도 놔두고 간 것을 본적이 있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했는가?”

 

그냥 원래 있던 자리에 놔두면 잘 찾아가더라고요.” “그런데 혹시 내가 벌써 치매증상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겠지?”

지난번 보건소에서 치매관련 이야기를 들었는데물건을 어디다 두고 나중에 생각이 나면 건망증이고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면

 

치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형님께서는 그 정도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따스한 봄날이 계속되면서 양지쪽에는 진달래가 수줍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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