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수술해도 아픈 다리

큰가방 2021. 6. 12. 15:57

수술해도 아픈 다리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벚나무를 마구 흔들어 몇 장 남아있지 않은 꽃잎을 모조리 떨구고 나자 하얀 제비꽃 수줍은 듯

피어나 웃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나비 한 마리 제비꽃 가까이에 서성이더니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나비야! 예쁜 제비꽃 아가씨가 아까부터 너를 기다렸는데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하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잘 아는 형님 한분과 후배 아들 결혼식 피로연을 다녀오다 마을 형수(兄嫂)님을 만났다.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세요?”

 

오늘 우리 밭에 트랙타로 로타리를 친다 그래서 거그 잔 가볼라고요.” “그러고 보니 벌써 농사철이 시작되었네요.”

그랑께요. 봄이 오면 여그저그 꽃이 피고 그랑께 이삐기는 한디 농사짓는 사람들은 또 논을 닦달해야 모를 심고, 밭을 닦달해놔야

 

꼬치도 심고, 옥수수도 심고 그라제. 그랑께 인자부터는 농사 일 끝날 때까지 항상 바쁘것구만.” “정말 그러시겠네요.

그런데 지난번 수술 받은 다리는 괜찮으세요?” “그란디 그거이 얼렁 안 좋아지드랑께요.” “왜 그럴까요?” “그때 병원 원장님이

 

수술받기 전과 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받으십시오. 제가 장담하건데 절대 후회 안하실겁니다.’하드라고요.

그래서 그것만 받고 나문 모든 것이 다 좋아질 줄 알았는디 막상 받고 나서 처음에만 쪼깐 좋은 것 같드만 자꼬 아퍼싸!”

 

그러면 수술 받기 전하고 똑 같이 아프던가요?” “집이서 가만히 있으문 괜찮한 것 같은디 이라고 여그저그 돌아댕기문 더 아프고

그랑께 우추고 해야 쓸랑가 몰것서!” “그러면 병원에는 가보셨어요?” “가보기는 했는디 수술이 잘 되어 아무 이상 없이 좋습니다!’

 

그란디 할 말이 읍서 그냥 나왔제!” “그러면 정말 걱정되시겠네요.”하자 옆에 계신 선배께서 거그도 그랬는 갑네!

우리 집사람도 다리 수술 받은 지 솔찬이 되얐는디 먼 일인고 지금도 아프다 그란단 마시.” “그런데 왜 수술을 받으셨어요?”

 

그거이 어느 날부턴가 다리가 휘어지는 것 같더니 안짱다리가 되었는지 뒤에서 보면 뒤뚱 뒤뚱 걸어 다니더라고.”

그러면 아프지는 않고요?” “왜 안 아프것는가?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수술을 해서 안짱다리를 교정하면 하면 괜찮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했는데 처음에는 아프지도 않고 안짱다리도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 “그러면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데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걸음을 걸을 때마다 점점 아프다는 거야.” “그러면 수술한 부위가 아팠을까요?” “그랬겠지 어디 다른 데가 아프겠는가?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여기저기 사진을 촬영해 보더니수술은 아주 잘 되었습니다.’그러더라고. ‘그러면 왜 이렇게 다리가 아프답니까?’

물었더니 글쎄요. 괜찮을 텐데요.’하면서 약을 지어주더라고.” “그러면 혹시 다른 병원에는 가 보셨어요?” “다른 병원에 가서

 

사진도 찍어보고 했는데 역시아무 이상 없이 잘되었습니다.’이러는 거야.” “그러면 정말 걱정되시겠네요.”

우리 작은 집 제수(弟嫂)씨는 젊어서 다리 수술을 했거든.” “그러면 혹시 다쳐서 했을까요?” “다친 게 아니고

 

도시 백화점 근무를 했는데 거기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업이라 자연이 다리에 무리가 가는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할 수없이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수술 받기 전 보다 더 아픈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남들이 혹시라도 다리 수술을 받는다고 그러면

 

지금은 하지 말고 참아보다 나중에 정 안되겠으면 하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이렇게 되고 보니 우리 집 사람도

제수씨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걱정일세!”

 

관주산 숲속 애기 단풍나무 커튼을 젖히고 여름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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