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 한 그릇
2000년.08.18
아직도 무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알알이 영그는 가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저씨! 이리와 냉수 한 그릇하고가~아!" 지난번에 온세통신 시외전화요금 때문에 저에게 항의 하시던 할머니께서 오늘은 웬일인지 다정스레 저를 부르시는 겁니다.
"냉수요? 방금 요 아랫집에서 한 그릇 마시고 와서 별로 생각이 없는데요!" 저는 또 지난번 같이 무슨 항의를 하시려나 싶어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있습니다. "아저씨! 그래도 우리 집 물이 시원항께 한그럭 하고가~아! 얼렁 이리오랑께!" 하시면서 저의 손을 잡고 억지로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시는 할머니를 따라 할머니 댁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저씨 지난번에는 미안했어! 잉! 우리 작은 아들이 온세통신인가 뭔가로 시외 전화를 하문 싸다고 이용신청을 했다 그럽디다! 그라고 자동납분가 뭣인가를 할라고 그랬는디 요금이 나왔다고 그랍디다! 아저씨 말이 맞기는 맞드만 그나저나 아저씨 집은 으디여 아저씨 참 성질이 좋데 내가 머시라고 그래도 화도 안내고 그냥 참고 있는 것 본께!
여그 우리 애기들이 매실음료라고 그라디야! 으짜디야! 사람한테 참 좋다고 사왔드만 얼렁 한잔해봐 시원하꺼여! 그라고 요번 날은 내가 모르고 그랬응께 아저씨가 이해를 하시요! 잉! 노인들이 뭣을 알것어? 그랑께 아저씨가 이해하씨요! 잉!" "할머니! 음료수 잘 마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잘 모르시고 그러신 일인데요!
괜찮아요!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잉! 요것 한잔 더 하껏인디! 그나저나 조심하씨요! 잉!" 할머니께서 권하신 시원한 음료수 한잔이 무더운 여름의 갈증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그리고 오늘따라 웬일인지 살랑 살랑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