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백중날의 풍경
2000.08.14
말복이 지난 날씨라도 여전히 태양은 뜨겁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각종 작물은 알알이 영글어 갑니다. 날씨가 계속 이대로만 간다면 올해도 풍년을 약속한다고 합니다. 참으로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7월 백중입니다. 가는 곳마다 마을 회관이나 또는 정자에 마을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부르십니다. “어이! 여보게! 이리로 좀 오게!”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면 "오늘이 칠월 백중인디 가만히 넘길 수가 있는가? 그래서 이렇게 모였으니까 소주나 한잔하고 가소! 잉!" "죄송합니다! 저는 술은 못합니다! 오토바이 운전 중이라 서요!" "그러면 이리와 수박이라도 한쪽 먹고 가~아! 그래도 백중은 큰 명절인디 그냥가면 되것는가?"
아직도 시골에는 백중이라는 명절이 남아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우리의 명절을 모두 잊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골 마을에는 지나간 희미한 풍습이나마 이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의 알뜰살뜰한 정이 배어있습니다. 그리고 넉넉한 인심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어르신 방금 아랫마을에서 음식을 좀 먹었더니 생각이 별로 없네요!" "아이! 사람아! 그래도 어른이 권하면 먹어야지! 그러면 되나 이리와 여기 앉아 얼른! 여기 음료수나 한잔 갖다드려 어서!" 아직까지는 서로 주고받는 정이 있는 시골마을 그리고 그 속에서 인심과 사랑을 느끼는 저는 집배원이라는 직업을 사랑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