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천천히 좀 다니지!'

큰가방 2007. 8. 20. 21:50
 

“천천히 좀 다니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강한 비구름이 들어오면서 남부지방은 곳에 따라 최고 100밀리미터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니 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농작물 관리에 만전을 기해 바랍니다.”라는 기상청의 예보 때문인지 오늘도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정리하여 빨간 오토바이에 가득 싣고 시골마을을 향하여 출발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는가 싶더니 강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으나 그것도 잠시 언제 비는 내렸냐는 듯 하늘은 다시 검은 구름이 걷히면서  강한 햇볕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실제 장마가 시작되었을 때는 비다운 비가 한번도 내리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장마가 끝나고 나니 매일처럼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은 무슨 조화인가? 혹시 하늘에서 장마가 끝난 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며 시골의 이 마을 저 마을에 우편물을 배달하다 전남 보성 회천면 서당리 원산마을 마지막 집에 등기우편물 한통을 배달하려고 대문 앞에 빨간 오토바이를 세우고 있는데 영감님께서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손녀딸을 등에 업고 땀을 뻘뻘 흘리며 대문 밖으로 나오시더니


“날씨도 무더운디 고생해 쌓네! 우리 집에 무슨 편지 왔는가?”하고 물으셨다. “그런데 오늘은 어째서 어르신이 손녀를 업고 계세요? 며느님이 어디 나가셨나요?” “아들하고 며느리하고 둘이 읍(보성읍)에 가서 금방 뭣 좀 사갖고 온다고 나갔는디 올 때가 되었는데 아무리 기달려도 아직 안 오고 있네!” “언제 읍(邑)에 나가셨는데요?” “한 시간이나 됐는가? 두 시간이나 되�으까? 그란디 올라고 생각을 안 하네!” “보성까지 다녀오려면 아무리 빨리 다녀온다고 해도 3시간 이상 걸리는데 벌써 올수 있답니까?


조금 더 기다리셔야지요.” “아니 보성 잔 댕겨온디 무슨 시간이 그라고 많이 걸려?” “어르신도 생각해 보세요! 여기서 보성읍까지 나가려면 승용차로 아무리 빨리 가더라도 최소한 3~40분은 걸리지 않습니까? 그리고 오는데 3~40분 그리고 일 보는데 약2시간 그러면 아무리 빨라도 3시간 이상 걸리는데 어떻게 금방 그렇게 올수가 있겠어요?” “대차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런데 이렇게 날씨가 무더운데 아기를 업고 계시면 힘들지 않으세요?


아기 좀 내려놓지 그러세요?” “으째 힘이 안 들겠는가? 애기가 즈그 엄마 있을 때는 울지도 않고 잘 놀더니 이상하게 즈그 엄마가 없응께 그란가 쪼금만 내려놓으면 잠도 안자고 울고불고 야단일세 그려!” “날씨도 무더운데 아기 보시느라 정말 수고가 많으시네요. 그런데 이것 좀 받아주시겠어요?”하며 등기우편물을 건네 드렸더니 “그란디 이것이 뭣이 단가? 가만있어 봐! 이것은 과속했다고 벌금 내라는 통지서 아니여?”


“예!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걸 아세요?” “내가 아무리 무식하다고 그런 것조차 모르는 줄 아는가? 그런데 이것은 또 어디 카메라에 찍힌거여? 아이고~오! 천천히 좀 다니지! 우리 아들은 차 갖고 댕김서 장사 좀 한다고 얼마나 세게 달리는지 자꾸 이런 게 날아와 속이 상해 죽것네!” “아드님이 무슨 차를 운전하시는데요?” “살아있는 생선 싣고 다니는 활어차(活魚車) 안 있어? 그 차를 갖고 댕긴디 생선이 죽어불문 가격이 떨어진께 죽기 전에 운반해야 된다면서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달리니까


자꾸 이런 게 날아와! 도대체 한달이면 돈을 얼마나 버는지 몰라도 기름값 빼고 이렇게 벌금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활어를 싣고 다니는 차량이면 시각을 다투기는 하겠지만 무인카메라가 그런 차량이라고 봐줄 수 없으니까 과속을 하면 자동으로 사진이 찍히도록 되어있거든요.” “그나저나 경찰서 그 사람들은 왜? 사방 천지에 카메라를 장치해 놓고 이렇게 벌금을 자꾸 내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구만! 알 수가 없어!” “어르신! 경찰서에서 무인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차량의 과속을 막고 사고를 줄이려는 뜻에서 설치하는 것이지 벌금을 많이 거둬들이려고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요즘은 네비게이션이나 지피에스 같이 무인카메라가 있으면 규정 속도를 지키라고 경고해주는 장치가 많이 있는데 아드님 차에는 그런 장치가 없을까요?” “으째 없것는가? 그란디 그런 장치가 있으면 뭘 해! 운전하는 사람이 알아서 과속을 안해야지 그런 기계 많이 달아 놓았다고 과속하면 무인카메라에 안 걸리것는가?”


*오늘은 갈매기들의 모임이 있을까요? (전남 보성 회천면 동율리 우암마을 해변에서) 

*당산나무 할아부지 어디서 실례를 하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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