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안광섭이 저 집이여!

큰가방 2005. 2. 5. 21:34
 

안광섭이 저집이여!

2001.01.12


날씨가 추워짐에 따라 마을에는 사람 만나기가 힘이 듭니다. 모두들 어디로 가셨는지 수취인을 찾기 힘든 우편물을 만나고 나면 마을을 한바퀴 빙빙 돌다 어쩌다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할머니 안광섭씨라고 아시겠어요?" "응 누구라고?" "안광섭씨요!" "안광섭이?" "예" "응 안광섭이 저기 수레 댁 아들인 갑구만"


"수레 댁이 누구인데요?" “응! 여기서 저리 돌아서 회관 옆으로 돌아 가문 대문 있는 집 그 집이여!" "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씀해주세요!" "여기서 이 옆으로 돌아가서 쪼금 가문 회관이 있제? 그 옆에 대문이 있고 전봇대도 있고 았따 거 대문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집말이여!" 할머니께서는 열심히 설명을 하시는데도


이거 원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요! "할머니! 그러니까 이 옆으로 돌아가서 회관 미처 못가서 철 대문 한쪽 문이 떨어져나간 그 집 말씀하세요?" "아니 그 집이 아니고 이리 따라와 봐" 하시면서 할머니께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앞에 서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윗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서 "할머니! 날씨도 춥고 그러니까 그냥 들어가세요! 제가 물어봐서 집을 찾을 테니까요!" "아니 그래도 안 그래 몰르문 성가시고 그랑께 내가 집 갈쳐 주께!" 하시면서 열심히 앞으로 달리시더니 “저어기 저 집이여! 그랑께 대문이 쇳덩어리로 되야 있는 집말이여! 알았어? 잉!"


"예! 알았습니다. 할머니 저기 저 집 말씀이지요? 예 고맙습니다!" 하면서 속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웃음도 나오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나저나 할머니 감기나 안 걸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괜히 저에게 집 가르쳐주신다고 윗옷도 입지 않고 밖에 나오셨다 감기라도 걸리시는 날엔 정말 미안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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