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도 괜찮습니다!”
“오늘 호남지방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겠습니다. 또한 강한 돌풍과 함께 반짝 추위가 예상되니 이에 따른 대비를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듣고 막 출근하려고 대문 앞을 나섰는데 갑자기‘후~두~드~둑’하는 소리와 함께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오늘 기상청 일기예보는 정말 귀가 막히게 정확하구나! 어떻게 우박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였을까?”하는 순간 어느새 우박은 그쳐버렸는데 강한 바람이 불어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우편물을 정리하여 우체국 문을 나서려는데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안녕하십니까? 류상진입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여기 천포리 갈마(渴馬)마을 김영순인데요. 어제 등기 때문에 저의 집에 왔다 가셨다는 쪽지를 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예~에! 카드가 등기로 왔던데 오늘은 집에 계실 겁니까?” “몇 시에나 오려고 하세요?” “우편물이 많아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지만 아마 오후 3시 반쯤 될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 시간에 집에 계실 수 있겠습니까?”
“어제도 오셨다 헛걸음하셨다는데 오늘은 집에서 기다려야지요.” “그래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부지런히 우편물을 배달하였으나 천포리 갈마마을에 도착하였을 때 시간은 어느새 오후4가 넘어서고 있었고 김영순 씨 댁 마당에서 오토바이를 세우고“계십니까?”주인을 불렀는데 대답이 없었다. “이상하다? 오늘은 집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왜 아무도 없지?”하고 오전에 걸려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아저씨! 벌써 집에 오셨어요? 제가 밭에서 쪽파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쩌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지요? 지금 집으로 가려면 10분쯤 시간이 걸리겠는데! 차라리 카드를 저의 집에 놔두고 가시면 어떻겠어요?” “그렇게 할 수는 없고 지금 어디 계시는데요?” “두곡마을 입구 밭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러면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런데 그곳까지 가려면 여기 갈마. 봉천. 회동마을 우편물을 배달하고 그쪽으로 가니까 약 30분쯤 후에 갈 수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하여 전화를 끊고 또 다시 부지런히 마을을 지나 두곡마을 입구에 다다랐는데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내가 잘못 들었나? 두곡마을 입구 밭에서 쪽파 작업을 한다고 했는데 왜 아무도 보이지 않지?”하는 순간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아저씨! 자꾸 죄송한데요. 지금 제가 천포 농협 앞으로 가고 있는데 이쪽으로 와 주실 수 있을까요?” “그쪽은 지금 제가 가고 있는 코스의 정반대쪽인데
그냥 여기서 기다리지 않고 하필 그쪽으로 가셨어요?” “쪽파 수확하는 작업을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과 같이 움직이다 보니 그렇게 되네요.” “그쪽으로 가려면 여기 두곡마을 우편물 배달이 끝나야 갈 수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그러면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아니요. 차라리 거기서 기다리고 계시는 것이 더 좋겠네요.”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잠시 후 김영순 씨는 만났는데“아저씨! 자꾸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카드를 집에 놔두고 오셔도 되는데 이렇게 꼭 사람을 만나서 배달하려고 하세요?” “제가 카드를 집에 놔두고 간 다음 사모님께서 잘 받아 아무 일이 없으면 괜찮은데 몇 년 전 카드를 수취인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 배달했는데 부모님께 전하지 않고 여기저기 긁고 다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카드대금 청구서가 날아오자 우체국에 쫓아와 변상하라고 항의를 하는 바람에 혼이 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조금 귀찮더라도 카드는 꼭 수취인에게 배달해야 한다는 원칙이 생기더라고요.”
김장을 하려면 배추가 필요하겠지요?
"할머니 김장하시게요?" "아니여 그냥 싱건지 좀 담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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