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토요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갑자기 코에서 콧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더니 목이 부었는지 침이 잘 넘어가지 않고 몸에 열이 나는지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어젯밤 내가 잠을 잘 못 잤을까? 왜 이렇게 몸이 안 좋지? 감기가 오려고 그러나? 금년에는 독감(毒感)예방 주사까지 맞았는데!’하며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체국에 출근하였는데 몸이 오슬오슬하니 한기(寒氣)가 오는 것이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오늘은 토요일이니 빨리 택배 배달을 끝내고 집에서 쉬면 좋아지겠지!’하며
부지런히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평소보다 방을 약간 더 뜨겁게 해놓고 잠을 한숨 푹 자고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저녁때 집사람에게 “여보! 내일 우리 모임 정기 산행(山行)일이니 도시락 준비하는 것 잊지 말아요!”당부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잠에서 깨어났는데 몸은 불덩이처럼 열이 나는 것 같았고 콧물을 쉴 새 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으며 목은 얼마나 부어올랐는지 침을 삼킬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오늘 정기 산행일이라면서 도시락 준비는 해야겠지?”하는 집사람의 말에 “그럼 당연히 준비해야지” “그런데 몸은 어때?” “글쎄 지금 같아서는 산행이 무리일 것 같은데 오늘은 가까운 산으로 간다고 하니까 그래도 참석은 해야겠지?” “너무 무리할 것 같으면 산에 가지 말고 그냥 집에서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 도시락 준비는 해야지! 감기 조금 왔다고 산행을 포기하면 회원들에게도 미안하잖아!”하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이상하게 머리가 어질~어질 하는 것 같았고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몸 여기저기 사방 데가 쑤셔오는 것 같았다. “몸살이 나려고 이러는 것일까? 그래도 아직까지 내가 몸이 아파 출근을 못했다거나 행사에 빠져 본적이 없는 사람인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몸이 안 좋지?”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집 사람이 “오늘 암만해도 산행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감기 왔다고 산행을 포기하면 회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우선 내 몸이 아픈데 무슨 산행이야?
그리고 만약에 억지로 산에 오르다 무슨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오히려 그것이 회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것 아니야?” “도시락까지 준비해 놓고 산에 갈수 없다니 참! 그럼 당신이라도 다녀오지 그래?” “환자를 집에 놔두고 어떻게 혼자 산에 다녀와? 다음에 가던가 해야지!” “그러면 우선 산악회 총무께 오늘은 몸이 아파 참석할 수 없다고 연락할 테니까 당신은 배낭에 들어있는 산행 준비물과 도시락은 꺼내놔!”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집사람이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몸은 좀 어때?” “글쎄 조금 좋아진 것 도 같은데 그래도 콧물은 여전히 계속 흐르네!” “감기약을 사려고 서너 군데 약국(藥局)에 가 봤는데 문이 잠겨있네! 일요일은 모두 쉬는 것일까?” “아마 당번 약국은 문이 열려있을 텐데 어느 약국인지 모르니까 그렇겠지!”하며 또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평소처럼 우체국에 출근하였으나 어제만큼은 덜 하지만 여전히 몸에 열도 약간 있고. 콧물도 흐르고. 머리는 띵하니 아픈 것 같아 병원에 가볼까? 하였는데
“원래 감기약은 졸음이 오도록 되어있으니 웬만하면 약을 먹지 말고 그냥 이겨내는 것이 좋다!”는 TV 보도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라 포기하고 말았다. 15~6년 전 그때도 감기에 심하게 걸린 적이 있었는데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고 우편물을 배달하러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자꾸 졸리는 바람에 잠을 깨려고 몇 번을 오토바이에 내려 뛰어보기도 하였지만 결국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논둑을 들이 받고 넘어졌던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기에 걸리면 꼭 약을 먹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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