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있데요!”
2011년이 시작되면서 찾아온 차갑고도 강한 추위는 물러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지 한 달 가까이 머물며 우리를 괴롭히더니 우리민족 대명절인 설날과 입춘(立春)이 되자 슬그머니 봄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는지 부드러운 바람과 따스한 햇볕. 그리고 청명한 하늘이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가까이 왔음을 말해주는 듯 하는 데 시골길 가까이 자리 잡은 넓은 밭에서는 어느새 농부들이 트랙터를 이용하여 밭갈이를 하고 금년 봄 수확할 감자 씨를 심은 다음 비닐로 덮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오전 9시경 보성우체국 우편실에서 “회천 율포리 집배 담당 전화받아보세요!”하는 직원의 부르는 소리에 “어디에서 온 전화인가?”물었더니 “글쎄요! 모싯잎 송편 만드는 회사라고 하던데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네요!”하며 전화를 넘겨주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여보세요! 회천면 율포리 택배 배달하는 분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그제 저희들이 회천면사무소에 모싯잎 송편 한 박스를 보냈는데요.” “그건 어제 배달했는데 무엇이 잘못되었나요?”
“저희들이 주소를 잘못 확인하는 바람에 다른 곳으로 가야할 물건이 회천면사무소로 배송되었거든요. 그런데 방금 전 그쪽으로 전화를 했더니 다른 분이 그 모싯잎 송편을 가져갔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정승찬씨에게 배송된 모싯잎 송편 말씀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택배 박스 기표지에 받는 분의 이름이 희미하게 적혀있어 정성찬씨 택배인줄 알고 배달했는데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입니까?”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그게 다른 곳으로 배송되어야하는 물건인데 그쪽으로 가버렸어요.
그러니까 확인을 하고 배달하셔야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면사무소 직원 이름을 전부 다 알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름을 정승찬을 성찬으로 쓴다거나 김경진을 영진으로 잘 못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소가 분명하면 본인에게 물어보고 배달하는데 어제 그 택배는 배달하러갔더니 하필 점심시간이 되어서 여직원 한 사람만 남아있고 모두 식사하러 가고 안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직원에게 배달했거든요. 그런데 회천면사무소에서는 무어라고 하던가요?”
“정성찬씨를 바꿔달라고 했더니 오늘 오전에는 출장이라고 안 계신다고 하네요!”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 물건을 회수해서 다시 이쪽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알았습니다. 일단 제가 정성찬씨를 만나보겠습니다. 그런데 그 모싯잎 송편 가격이 얼마입니까?” “2만원입니다.” “그러면 만약에 그분께서 모싯잎 송편을 먹었다고 한다면 2만원을 그쪽으로 보내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러면 좋지만 그분께서 ‘내 것 내가 먹었는데 무슨 돈을 내놔야 하냐?’고 하면 어쩌시려고요?”
“그런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면사무소 직원 중에 그런 분은 한분도 안계십니다.”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정성찬씨를 만났는데 “어제 송편이 정주사님 송편이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고 물건을 다시 회수해서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송편 어떻게 하셨어요?”하고 물었더니 “그 송편이요? 제가 먹었는데 제 것이 아니었나요?”하며 빙그레 웃더니 “제가 이번에 자동차 보험을 새로 갱신했는데 보험회사에서 사은품을 보내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어제 송편이 제 이름과 비슷하기에 보험회사 담당직원에게 확인해보려고 전화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아무리 해도 받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주소는 정확하고 제 이름이야 잘못 쓸 수도 있으니까 저의 것 인줄 알고 집에 가져가서 애들과 아주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러면 송편 값 2만원을 주셔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요?” “그러면 결과적으로 제가 모싯잎 송편을 2만원에 사 먹은 셈이 되었네요. 허! 허! 헛! 그러나 어찌 되었던 맛은 있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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