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가(一家)들이 아니여!”
“꽃잎이 붉어서 진달래인가?/ 잎 술이 붉어서 진달래인가?/ 새봄이면 찾아와 붉게 수놓으며/ 수줍어서 서러운 듯 시들어가는/ 붉은 꽃 진달래꽃 잊지 못할 네 이름!/ 아름다운 봄과 함께 갓 피어난 꽃 잎 술이/ 우리 님 붉은 입술 귀여운 두 볼/ 수줍은 그 얼굴 닮아 빨개졌나?/ 좋은 임 마중 나와 부끄러워 고개 숙인/ 예쁜 아씨 닮아 빨개졌나?/ 고운님과 손잡고 나들이하는 새색시 닮아 빨개졌나? 오늘도 붉은 꽃은 환한 웃음으로 지나가는 길손을 반기고 있네.”비록 화려하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꽃일지라도 이른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진달래꽃을 바라보며 괜스레 중얼거려보면서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우편물을 배달하러 시골마을을 향하여 달려가는 길. 내가 전남 보성 회천면 화죽리 두곡마을에 입구에 도착하였을 때는 시간이 오후 4시가 넘어서고 있었는데 마을의 가운데쯤 살고계시는 영감님께 택배를 하나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며 “어르신! 계세요?”하고 큰소리로 불렀으나 아무 대답이 없다. “요즘 영감님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이던데 밭에 나가셨을까?
그럼 이 택배는 어떻게 하지? 그냥 놔두고 가기도 그렇다고 우체국 다시 가져가기도 그렇고!”하며 옆집 할머니께 “옆집 어르신 혹시 어디 가셨는지 아세요?”하고 물었더니 “요새 몸이 많이 안 좋아갖고 아침에 병원에 갔다 온다고 그라든디 아직 안 왔는 갑구만!”하신다. “그래요! 잘 알았습니다.”하고는 “오늘은 어쩔 수 없이 그냥 우체국에 가지고 갖다 내일 다시 가져와야겠다.”하고 택배를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다시 싣고 대문을 나오려는데 “우리 집 뭐시 왔는가?”하며
영감님께서 활짝 웃는 얼굴로 마당으로 들어오신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그런데 아침에 병원에 가셨다면서 이제 오세요? 몸이 많이 안 좋으신가 보네요?” “몸이 안 좋을 것이나 있는가? 인자 나도 나이가 있어논께 옛날하고 다르드란 말이시! 자네는 늙지 말고 살소!” “그런데 병원에 다녀오시려면 차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셨어요? 버스가 다니는 도로까지는 상당히 많이 걸으셔야 하는데요!” “내가 병원에 전화를 해 봤드니 사람 다섯 명만 되문 차를 보내준다고 그라데!
그래서 올해 건강검진 받을 사람들 모아갖고 같이 갔다 왔어! 그란디 우리 집이 뭐시 왔는가?” “혹시 어르신 집안에서 만든 족보 보내달라고 하셨어요?” “아니! 나는 주문한 적 업는디!” “그래요? 그런데 이게 어르신께 왔거든요! 그럼 이 택배는 어떻게 할까요? 그냥 반송할까요?”하였더니 “이 사람들이 내가 그라고 보내지 마라고 그랬는디 기여히 보내고 말엇구만 그것 안 받을랑께 그냥 보내부러!”하며 화부터 내신다. “어르신! 저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까 저에게는 화 내지 마세요!”
하였더니 “내가 자네한테 화를 내는 것이 아니시! 엊그저께 우리 집으로 전화가 왔어! 자기도 우리 일가(一家)라고 함시로 이번에 족보를 새로 맨들었는디 하나 사라고! 그래서 당신은 몇 대손이요? 하고 물어봤는디 대답을 못해! 그라문 항열(行列)이 무슨 항열이요? 그래도 대답은 안하고 내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데! 그래서 올해 8십 한나요! 그랬드니 목소리는 5십살 정도뿐이 안 들린다고 그랑께 젊은 사람들은 족보가 꼭 필요하다고 그래서 우리 일가람서 몇 대손인지도 몰르고
항열도 모르는 사람이 맨든 족보를 우추고 믿고 사껏이요! 나 그런 것 필요업응께 보내지 마씨요! 그랬는디 보냈구만!”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란디 우리 집 전화번호는 우추고 알고 전화를 했는가 모르것네!” “그것은 전화번호 책을 보면 주소까지 다 나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겠지요!” “그랑께 전화번호 책도 공짜로 준다고 좋아 할 것이 안 되는 갑구만!” “그러니까요! 아무튼 이 택배는 그냥 반송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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