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어머니

큰가방 2012. 1. 7. 16:53

어머니

 

“오늘 이 자리는 2010년 1월 1일자로 보성우체국에 부임하시어 지난 2년간 우리와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하셨던 이영봉 국장님의 송별식 자리입니다. 이제 국장님께서는 강진우체국으로 떠나시지만 마음만은 늘 우리와 함께 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떠나시는 국장님께 여러분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라는 사회자의 안내가 끝나고 송별연이 시작되었다.

 

“국장님! 술 한 잔 받으시지요!” “예! 고맙습니다. 제가 보성에 부임해 온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니 정말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요. 그런데 저는 1년쯤 더 여기에 계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빨리 가시는 것 아닙니까?”

 

“저도 그렇게 하리라 생각했는데 제가 어머니를 모시다보니 직원들에게 미안해서 조금 빨리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장님께도 정말 미안했던 적이 있었을 겁니다. 혹시라도 제가 서운하게 했던 점이 있었다면 모두 다 잊어주시고 좋은 점만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국장님께 서운함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작년에도 그랬고 금년 봄 저에게 산행(山行)을 함께하자고 하셨지 않습니까? 사실 저도 지리산을 몇 번이나 다녀올 만큼 산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어머니를 모시다 보니 그게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평일에는 간병인이 돌보고는 있는데 토요일이나 일요일까지 그분들에게 부탁하기가 쉽지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동행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시설이 좋은 요양원에 부모님을 위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장님께서도 그렇게 해 보시지 그러셨습니까?” “저도 그런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조금 귀찮다고 해서 그런 곳에 함부로 모실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의 집 사람도 병원에 입원하지만 않았을 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중환자 상태이기 때문에 어머니를 돌 볼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그러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가 모셔야지요.”

 

“그러면 밥은 전기밥솥이 있으니 쌀만 씻어서 넣으면 그냥 지을 수 있다고 하지만 반찬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관사 근처의 식당에 부탁하여 가져다 먹기 때문에 별다른 불편은 없었습니다.” “그러면 사모님께서도 몸이 많이 불편하시다면서 간병인은 있습니까?” “저의 집사람은 애들이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집 안에 환자들이 있다 보니 아이들이 철이 빨리 든 것 같아요.” “그러면 가족 상봉도 힘드시겠네요?”

 

“그러니까 일요일 오전 어머니 식사 챙겨드리고 빨리 집에 다녀와야지요. 그래도 가끔 아버지 노릇도 해야 될 게 아닙니까? 허! 허! 헛!” “정말 힘드시겠네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하며 빙그레 웃는 국장님의 얼굴에는 어머니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 배어있는 듯하였다. 2012년 1월1일 강진우체국장으로 부임하시는 이영봉 국장님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본다.

 

송별연 자리에서 이영봉 국장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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