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영감님의 걱정거리

큰가방 2012. 5. 25. 06:16

 

영감님의 걱정거리

 

5월의 하순이 가까워지면서 하늘의 태양은 마치 한여름 같은 열기를 뿜어대고 있는데 오늘도 시골들녘에서는 많은 농부들이 계약재배로 심어놓은 브로콜리 수확이 한창이었다.

전남 보성 회천면 원서당마을 우편물 배달이 끝나고 천천히 옆 마을로 향하고 있는데 영감님 한 분께서 급하게 골목길을 달려 나오며 “어이! 어야!”하며 부르신다.

 

“무슨 일이세요? 어르신!” “이것이 내 껏이 아닌 것 같은디 우리 집 편지통에 들어있데!” “그래요?”하고 우편물을 받아 “이건 어르신 우편물이 맞는데 왜 아니라고 하세요?” “내 껏이 맞어? 그란디 으째 주소를 거꾸로 써 놨단가?”

“주소를 거꾸로 쓴 것이 아니고 어르신이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 이름을 반대로 읽으시니 그렇지요!” “그란가? 그랑께 으째 이상하다 그랬제!”하시며 빙긋이 웃는데

 

그 순간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아! 여보씨요! 우체국이제?” “그렇습니다. 만 누구십니까?” “아! 나 여그 화당이여!” “화당마을 누구신데요?” “아! 나랑께! 이 사람이 그새 내 목소리도 잊어 부렇는가?”

“어르신이세요? 전화상으로 말씀하시면 누군지 얼른 구분이 안 가거든요.” “그래~에! 그란디 자네 우리 동네는 은제쯤 오꺼인가?”

 

“글쎄요! 지금으로 봐서는 아무리 빨라도 오후 5시가 넘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일로 그러세요?” “아니 내가 편지를 한 장 부칠라고 그란디 꺽정이 생겼단 말이시!”

“걱정이라니요? 무슨 편지를 보내시는데 걱정이란 말씀이세요?” “다른 것이 아니고 우리 집안에 서류를 한나 보낼라고 그란디 자네 말을 들어보고 보냈으문 쓰것는디 지금은 우리 집으로 올수는 읍제 잉!”

 

“지금은 갈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부터 말씀해 보세요!” “다른 것이 아니고 서류가 전부 석장인디 우리 집이 있는 편지 봉투가 있어서 거그다 널라고 했는디 너머나 커갖고 안 들어가드란 말이시. 그란디 으짜문 쓰것는가?”

 

“요즘 서류들은 모두 A4 용지로 작성하기 때문에 옛날 편지 봉투에는 안 들어가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큰 봉투에 넣으면 되니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란디 이것을 등기로 보내야 쓰꺼인디 우짜문 쓰것는가? 자네를 만나서 돈을 줘야 안 쓰것는가?”

“그것은 걱정하지 마시고 우선 어르신 댁에 있는 편지 봉투에 주소를 쓰시고 서류와 현금 2천원을 함께 넣어 대문 앞에 우편 수취함이 있지요? 거기 넣어두세요. 그러면 이따 제가 지나가면서 가져갈게요!”

 

“참말로 그래도 되것는가?” “어르신도 참! 그러면 언제까지 제가 지나가도록 집에서 기다리실 수 있겠어요?” “아니제~에! 나도 요새 바쁜디 한읍시 자네 오도록 지달리고 있것는가?”

“그러니까 방금 제가 말씀드린 대로 어르신 집에 있는 편지 봉투에 받으실 분 주소를 쓰시고 돈 2천원과 서류를 함께 넣어 우편 수취함에 넣어두세요. 아시겠지요?”

 

“알았네! 그라문 자네 시킨대로 할라네!”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화당마을 영감님 댁 우편 수취함에는 봉하지 않은 편지 한 장이 넣어져 있었다.

 

 

 

지난 5월 13일 촬영한 전남 보성 일림산 철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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