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석 맛은 정성이여!”
전남 보성읍 덕정마을 가운데 집에 조그만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며 빨간 오토바이로 “빵! 빵!”소리를 내자 할머니께서‘쾅!’소리가 날 정도로 현관문을 열고 급하게 나오신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그런데 제가 와서 화라도 나셨어요? 왜 그렇게 현관문을 세게 여닫으세요?” “아니~이! 그것이 아니고 방에 앙거서 태래비 잔 보고 있는디 마당에서 머시‘뽕!’그래서 깜짝 놀래 갖고 나왔어! 그란디 문짝이 오늘은 별라도 씨게 닫어지네!”하며 겸연쩍게 웃는다.
“오늘은 약이 왔나 봐요!”하며 택배 상자를 건네 드리자 “와따~아! 세월 참 빠르네! 엊그저께 아제가 약 갖다 준 것 같드니 그새 또 한 달이 되야 부렇구만 잉!”
“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저 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하고
막 오토바이를 돌리려는데 양지쪽에 위치한 처마 밑에 하늘에서 내리는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메주들이 나란히 누워있다.
“할머니 무슨 메주들이 저렇게 많아요?”하고 묻자“저것 말이여? 다 필요해서 맹글어 놨제~에!” “메주가 상당히 많은데 저걸 다 장 담그실 거예요?”
“저것이 백 오십 개나 된디 저 만한 것을 우추고 다 장을 담어!” “예~에? 백 오십 개라고요? 그럼 저걸 할머니 혼자 다 만드셨다는 말씀이세요?” “아이고! 날마다 콩 불려갖고 불 때서 맹글란께 참말로 죽것드랑께! 인자는 저것도 못 맹글것드만!”
“정말 고생하셨네요. 그런데 저 많은 메주를 어디에 쓰시려고요?” “우리 딸이 쩌그 경기도 수언 아파트서 살고 있는디 거그 칭구들이 맹글어 주라고 주문했다 그라데!” “그러면 콩은 어디서 나셨는데요.”
“내가 심은 것 째깐하고 모지란 것은 동네서 사갖고 오고해서 맹글었제 나 혼자 농사지어서 우추고 백 오십 덩어리를 맹글것서!”
“그럼 순 보성에서 생산된 콩으로 만든 메주네요. 그러면 따님은 수원에서 장사하시나요?”
“아니 장사 안 해! 그란디 내가 해마다 장 담어라고 몇 덩어리씩 보내주고 그랬는디 즈그 친구들이 집이 놀로 와서 음식도 묵어보고 또 장맛도 보드니‘맛이 참 좋다!’고 메주를 폴아라고 그란다고 맹글어 노라고 그라데!”
“그럼 택배로 보내실 건가요?” “아니 맹글어만 노문 즈그들이 와서 실코 간다 그라데!” “그런데 따님 댁 장맛이 좋았다면 할머니 장 담그는 솜씨가 아주 좋으셨나 봐요?”
“솜씨 좋을 것이 머시 있것서! 내가 메주 보내문 딸이 장 담을라문 전화해갖고 뭣을 우추고 하문 되냐? 고 물어보고 그라문 그냥 갈쳐주기만 했제!”
“그래도 무언가 할머니만의 비결이 있으니 장맛이 좋았겠지 괜히 좋았을 리는 없잖아요?” “요새는 장을 담어도 집에 수도가 있응께 그냥 그 물로 담근디 옛날에는 쩌그 동네 샘에서 질러갖고 왔어! 그랑께 장을 담을라문 새복에 누가 샘물 떠가기 전에 일찌거니 먼저 가서 질러와 갖고 그 물을 쓰고 그랬어!
그랑께 그것이 다 정성이제! 안 그래? 누구든지 다 정성을 들이문 장맛도 좋고 음석 맛도 좋고 그란 거시여!”
"정성이 들어가야 장 맛도 좋고 음석 맛도 조은 거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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