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링과 우와천신한
전남 보성 회천면 화동마을 가운데쯤 대문 앞에 빨간 오토바이를 세우고 적재함에서 조그만 택배 하나를 꺼내들고 마당으로 들어가“계십니까? 할머니 저 왔어요!”하고 불렀더니 옆 집 할머니께서 방문을 열고 얼굴을 내미신다.
“어? 할머니!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이~잉! 우체구 아제구만! 나 여그 잔 놀러와써! 그란디 어지께 내가 심바람 시킨 것은 갖다 내써?”
“어제 부탁하신 전기요금 말씀이지요? 영수증하고 잔돈 봉투에 담아서 할머니 댁 우편 수취함에 넣어두었거든요, 이따 집에 가셔서 확인해보세요.”
“잉! 알았어! 으째 이상하게 우리 집 개 짓는 소리가 들린다. 그랬드니 아제가 우리 집이를 가서 그라고 지섯든 갑구만! 그라고 또 오직 착실하게 잘 해 가꼬 편지통에다가 너 놔쓰꺼인디 그나저나 자꼬 미안하고 고맙고 그란당께!”
“별 말씀을 다 하시네요. 그런 심부름은 얼마든지 해 드릴 수 있으니까 언제든지 부탁하실 일 있으면 말씀하세요!” 하자 주인 할머니께서 “오늘 우리 집이는 멋을 가꼬 왔간디 그래싸?”
“글쎄요! 이게 무엇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무겁지는 않네요.”하며 조그만 택배를 건네 드렸더니
“이상허네! 나 한태 올 껏시 읍는디 머시 와쓰까? 내가 묵는 약도 어그저께 다 와부렇는디!” “경기도 성남에서 김선남씨가 보내셨는데 누군지 아시겠어요?”
“김선남이? 선남이는 우리 큰 며느린디 멋을 보내쓰까? 언저녁에 전화도 안 왔든디!”하더니 “오~오! 인자봉께 우와천신한을 보낸다고 그라데!” “그런데 우와천신한은 왜 보낸다고 하던가요?”
“내가 이따가문 머리가 아프고 그래싼당께 그것을 묵으문 좋다고 보낸다고 그라데! 나 묵으라고!”하시자 조용히 말씀을 듣고 있던 옆집 할머니께서
“그것을 묵으문 얼렁 죽어분다고 안 그랬는가?”하자 주인 할머니께서 조금 짜증난 표정으로“그것 묵으문 얼렁 죽은다고 누가 그라든가?”
“아!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쩌그 건너 집 영감이 그것 마니 묵고 죽었다고 안 그랬는가?”
“그 영감은 개보링인가 머신가 그것을 마니 묵고 죽었제 이것 묵고 죽었단가?” “그것이 아니랑께 그때 살았을 때도 멋을 자시고 나문 ‘내가 이것을 묵어야 산단 말이요!’그람시로 그것을 내갖고 묵고 그라드만!”
“그랑께 그것이 우와청신이 아니고 개보링이란 마시!” “내가 들을 때는 우와청신이라고 그라드만 개보링이라고 이겨쌋네!”
“이기기는 내가 은제 이겨~에! 무단한 소리를 해 싼게 그라제~에!”하며 점점 목소리가 커지더니 금방이라도 큰 싸움이 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아니 할머니들 왜 갑자기 싸우려고 하세요? 제가 괜히 약을 가져와서 그런가요? 그러면 다시 가져갈까요?”하였더니 “그거시 아니여! 무담시 해 본 소리제!”하며
어느 틈에 두 분 할머니 얼굴이 빨개지더니 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애기들이 멋을 이라고 만이도 싸서보내쓰까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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