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음
전남 회천면 원서당마을 가운데 집 마당으로 들어서자 오늘은 무슨 일인지 마을 사람들이 모여 평상에 술과 간단한 안주 그리고 음료수를 놓고 “하! 하! 호! 호!”이야기꽃을 피우고 계신다.
“어야! 자네 마침 잘 왔네! 이루와! 어서 이리오랑께!” “이루와서 술은 보나마나 안 자신다고 하꺼이고 음료수나 한 잔하소!” “점심은 자셨는가?”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까지 점심을 안 먹었겠어요?” “하기사 그라것네 잉! 일을 하다 보문 이라고 시간 간지도 모른단 마시!”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 이렇게 모여 계신가요?” “촌에서 먼일이 따로 있것는가? 따른 동네 같으문 요새가 젤로 한가할 때 아닌가 잉!
그란디 우리 동네는 짐장을 시작하문 그때를 마쳐서 쪽파 작업하니라고 정신읍시 바쁜 때가 또 요샌께 마을 사람들이 은제 모타앙거서 이야기할 시간이나 있것는가?
오늘은 우리 밭에서 작업하고 있응께 새껏 묵을 시간에 이라고 쬐깐 쉬였다가 하자고 모타갖고 있네!”하시는 주인 영감님의 말씀에
“그러면 파 수확하는 작업은 얼마나 끝나셨어요?” “작업이란 것이 은제 끝난다고 못 박어진 것이 아닝께 한정이 읍제! 아마 내 생각에는 내년 봄까지는 계속 나오꺼이시!”
“그래도 금년에는 쪽파 가격이 좋아 농사지은 보람은 있겠네요.” “자네도 생각해 보소! 죽고 살고 농사지어 갖고 가격이나 읍고 그라문 으짜꺼인가?
그래도 농산물은 가격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농사질 맘도 있고 그라제 안 그라것는가?” “물론 그러시겠지요.”
“그란디 오늘은 또 멋을 갖고 왔는가? 존 것인가 나쁜 것인가?” “저쪽 회동마을에서 부고(訃告)를 보냈네요.”하며 적재함에서 부고장을 꺼냈는데 이상하게 보인다.
“어르신! 이상하게 부고장에 알맹이가 들어있지 않네요.”
“그런가? 안 그래도 아까 친구들한테 전화가 왔드란 마시! 그랑께 부고를 안 보내기도 그랑께 그냥 빈 봉투를 보냈는 갑구만! 그나저나 참말로 써운하시!”하며
고개를 숙이더니 눈시울이 붉게 물드는 것처럼 보인다. “어야! 오늘 회동서 부고장은 을마나 보냈든가?”
“그렇게 집집마다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분에 비하면 상당히 많던데요.” “그래 잉! 그 사람도 죽기 전에 마니 찾아 댕기고 그래 놔서 솔찬히 만하껏이시!”
“그러면 돌아가신 분하고는 얼마나 가까운 사이셨어요?” “나하고 동갑쟁이 친한 친구란 마시! 그랑께 이따가문 만나서 술도 한잔씩 하고 으디
먼데도 갈라문 늘 가치 댕기고 그랬는디 머시 그라고 바쁜고 갑자기 가분께 영 써운하구만!” “그러면 친구 분들은 얼마나 남아계세요?”
“남어 있으문 몇 명이나 있것는가? 인자 마니들 가 불고 서너명도 안 남었제! 그라고 나도 낼이라도 하늘에서 부르문‘예~에!’하고 따라가야제! 으짜꺼인가? 그랑께 자네도 죽기 전에 존 일도 마니하고 그라소 잉!”
"인자 봄이라고 밭에 가문 노물들이 막 나고 있드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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