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 죽것네!”
전남 보성 회천면 당산마을 가운데 집에 우편물을 배달하러 마당으로 들어서자 할머니께서 굽어진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한 채 천천히 걸어 나오시더니
“오늘은 우체구 아제가 멋을 갖고 와쓰까? 반간 것이라도 있서?”하고 반기신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 보험료 고지서가 나왔네요.”
“그라문 그라제! 으째 돈 내란 것은 그라고 이져불도 안하고 때만 되문 꼭 이라고 보내 싼가 몰르것서! 한번이라도 빠지문 참말로 조꺼인디!”
“그러게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그걸 한번이라도 빼 먹으면 당장 보험 공단을 운영할 수 없으니 그걸 잊어버리면 되겠어요?”
“그란디 으째 요새는 우체구 아제들이 갖다 준 것은 반간 것은 한 개도 읍고 맨날 돈 내란 것만 자꼬 갖다 줘 싼고? 옛날에는 안 그랬는디!”
“그러게요. 저도 돈 찾아가라는 안내서 같은 것을 배달하면 정말 좋을 텐데 요즘에는 그런 것은 없고 자꾸 돈 내라는 고지서만 배달하다 보니 미안할 때가 많네요.”
“그래 잉! 그란디 누가 무담씨 돈을 차자가라고 그라간디 기양 내가 해 본 소리제! 그나저나 이달에는 돈을 을마나 내야 되까?”
“건강보험료가 1만 2천 2백 원이 나왔네요.” “그라문 더 안 올르고 지난달하고 같은 거이제?” “건강보험료는 연초에 한번 오르면 더 이상은 안 올라요.”
“누구 말을 들어봉께 올해 겁나게 마니 오른다고 그라든디.” “아무리 정부에서 돈이 없다고 해도 건강보험료는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그렇게 함부로 많이 올릴 수가 있겠어요.” “그래 잉! 그라문 다행이네!” “그럼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저 그만 가 볼게요.” 하고
마당을 나서려는데 “그란디 엊그저께 아제가 우리 동네 와쓰까?”하고 물으신다. “엊그제라면 지난주 금요일 말씀이세요?” “
지난주 금요일인가 그랑께 엊그저께 말이여!” “지난주 금요일이면 제가 아니고 다른 직원이 왔는데 그것은 왜 물으세요?”
“머시 잔 궁금한 거시 있응께 그래!” “궁금한 게 있다고요? 그게 무엇인데요?” “아니 따른거시 아니고 쩌그 건너집 안 있어?”
“저기 건너집이라면 김윤근씨 댁 말씀이세요?” “잉! 그 집이가 우리 조카집이여! 그란디 먼 편지가 와따고 물어 봐 쌓데!”
“김윤근씨에게 편지가 왔다는 말씀이세요?” “아니 그거시 아니고 윤근이 한테 솔찬이 가까운 사람이 꺼시여! 그란디
그 사람한태 편지가 왔다고 혹시 아냐고 물어 보드랑께!”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나는 잘 모릉께 쩌그 저 집 가서 물어보라고 갈쳐 줫제!”
“그런데 무엇이 궁금하신데요?” “아니! 그 편지를 잘 물어 봤냐고?” “잘 물어 보았으면 무엇하시게요?”
“잘 물어보고 배달을 했능가 으쨌는가 말이 읍응께 솔찬히 궁금하드랑께!” “만약에 배달하지 않았으면 할머니께서 그 직원 혼내시게요?”
“내가 멋을 알아야 혼을 내제! 그란디 무담시 그런 것이 알고 싶고 궁금하고 글드랑께! 내가 늘근께 그라까?”
“왜 할머니께서 늙어서 그러시겠어요? 사람이 살다보면 궁금한 것도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런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 편지가 저에게 인계되지 않은 것을 보니 아마도 배달이 잘 되었을 거예요.” “그라문 편지를 배달 못하고 그라문 다른 사람한태 인계도 해주고 그랑가?”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오늘 제가 수취인을 찾지못해 배달하지 못한 우편물은 다음 사람이 찾아서 배달할 수 있도록 인계를 해 주어야지
그 우편물이 주인을 찾아가지 그냥 반송하면 되겠어요?” “오~오! 그랑께 배달이 된지 안된지 알것구나!”
"으째 그란가 올해는 영 쑥이 잘 지러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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