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넘어진 영감님

큰가방 2014. 6. 7. 18:53

넘어진 영감님

 

전남 보성 회천면 봉천마을 옆 도로를 지나가고 있는데 우체구 아제! 이리 잔 와봐~! 하고 할머니께서 부르신다. “어디 나들이 가시나요? 오늘따라 옷을 곱게 차려입고 나오셨어요?”하고 묻자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거시기 혹시 잔돈 잔 이쓰까?”하고 물으신다. “잔돈이요? 그걸 어디에 쓰시게요?” “혹시 버스 운전수가 내가 만 원짜리 준다고

화 내고 그라문 안된께 미리서 잔 바까 갖고 갈라고!” “잔돈을 바꿔서 버스 타시게요? 그러면 어디를 가려고 그러시는데요?”하자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변하신 할머니 우리 영감이 자빠져 부렇당께!” “~? 어르신이 넘어지셨다고요? 어디서 넘어지셨는데요?”

우리 집 방에서 배깥으로 나올라다가 우추고 했는고 중심을 못 잡고 토방으로 궁굴어 부렇다고 그라데!” “저런 큰일 날 뻔 하셨네요.”

 

그란디 토방에서 일어날라고 그라다가 또 마당으로 자빠져 부렇는 갑서!” “~!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러면 어르신이 많이 다치셨나요?”

마니 다쳤는가 으쨌는가 하여튼 나 좀 살리라!’라고 소래기를 질러싼께 옆에 절믄 사람들이 듣고는 우추고 병원으로 데꼬 갔다 글드만.”

 

그러면 그때 할머니께서는 집에 안 계셨어요?” “그날 나는 영감 반찬 할꺼이 읍어서 밭에 잔 갔다 왔는디 그새 사고가 나 부렇는갑서!”

그러면 지금 어르신께서는 병원에 계시나요?” “그라문 으짜꺼시여? 집이서 두 번이나 궁글어 부렇는디 그란디 큰일이랑께!” “무엇이 큰일인데요?”

 

요새 봄도 되고 했응께 밭에도 그라고 논에도 일할 껏이 천진디 영감은 자빠져서 아프다고 병원에가 눠 갖고 있고 나는 일도 할지도 모른디 으째야 쓸란가 몰것네!”

일은 지금 못하면 나중에 해도 되잖아요. 그런데 어르신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겠네요.” “그랑께 말이여! 내가 절머서도 그런 일은 안해봤는디 늘거서

 

영감 병수발을 들랑께 보통일이 아니랑께!” “그러면 식사는 어떻게 하시는데요?” “밥 같은 것은 병원에서 준께 그것 잡수문 된디

화장실을 갈라문 인나쳐야 되고 또 몸도 깨깟하게 씻꺼야 냄새도 안 나고 그라꺼인디 내가 심이 부쳐서 할 수가 있어야제!”

 

정말 그러시겠네요. 원래 병간호는 젊은 사람도 힘들다고 그러는데요.” “그래갖고 어지께는 화장실 갖다와서 드러 눌라다 멋이 잘못돼얏든가

침대 옆구리에다 찍어부렇든 갑서! 그래갖고 나 죽는다고 야단이 나고! 아이고! 나이가 만해진께 무장 애기가 되야간가 으짠가 엄살도 만해진단께!”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요? 영감이신데요.” “그랑께 말이여! 그라고 우리 영감 등치까지 커 논께 한 번씩 인나칠라문 내가 죽을 욕을 본단께!”

정말 그러시겠네요. 그러면 혹시 자녀분들께서 병간호하신다는 말은 없던가요?” “즈그들이 사람을 사 갖고 아부지 간호한다고는 해 싼디 내가 그냥 냅 두라고 그랬어!”

 

왜 그러셨어요? 그러면 할머니가 편하실텐데요.” “암만 그래도 내가 살아갖고 있는디 내 영감 내가 보살펴야제 누가 보살피껏이여?

그라고 사람사서 간호 할라문 돈도 마니 들어야 쓴갑드만 그란디 그 돈을 누가 다 내껏시여?”

 

그것은 자녀분들이 조금씩 나누어 내면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아도 될텐데 그러세요.”

그래도 즈그 살기도 심든디 아부지까지 아프다고 돈 내라고 그라기도 미안하고 그랑께 내가 쪼깐 심이 들드라도 할 일은 해야제! 으짜꺼시여?”

 

"애기들이 멋을 이라고 자꼬 보내싼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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