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필요 없는 선물

큰가방 2015. 2. 14. 18:39

 

필요 없는 선물

 

전남 보성 회천면 소재지인 율포리 가운데 골목 끝집에 크기는 큰데 무게는 가벼운 하얀 아이스박스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빨간 오토바이는 대문 앞에 세워놓고 마당으로 들어서며 택배 왔네요. 현관 문 좀 열어주세요!”하였더니 문이 열리면서

 

우메~! 먼 택배가 이라고 큰거이 온다냐?”하며 할머니께서 깜짝 놀라는 눈치다. “누가 택배 보냈다고 전화했던가요?”

언저녁에 우리 막둥이 아들이택배 한 개 보냈응께 잘 받으라!’고 하드랑께 그란디 그라고 큰 것 보낸다고는 안 했는디 그라네!”

 

그랬어요? 그러면 이 택배는 어디에 놓을까요?” “거그다가 놔 둬 부러!” “이따 다른 곳에 옮기려면 힘드시니까 아주 놓을 자리에 놔두려고요.”

그것이 멋이 들었냐 하문 빵이 들었어! 그랑께 거그다가 기양 놔둬 부러!” “그래요? 그런데 빵이 얼마나 많이 들었기에 이렇게 박스가 큰가요?”

 

을마나 만이 들었는가 끌러 봐야제!”하며 조그만 가위를 가져와 여기저기 테이프를 뜯어내더니 뚜껑을 열고

와따~! 빵도 엔간히 잔 보내제만 너머 만이도 보냈네!”하시자 옆에 계신 영감님으디서 멋이 왔다고?”

 

우리 막둥이가 당신 자시라고 빵 보냈다요!” “머시라고 빵 보냈다고?” “그란당께!” “그라문 저 사람도 한나 주제 그랑가!”하시자

! 우체구 아제도 한 개 자시라고 해야제!”하며 아이스박스에서 빵 두 개를 꺼내한 개 주문 정 읍응께 이것 잡사 봐!

 

맛은 괜찬하꺼여!”하며 건네주신다. “어르신 간식하라고 보냈는데 저를 주시면 어떻게 해요?” “와따~! 우리 아들이 보낸 거잉께!

이 사람도 묵어보고, 저 사람도 묵어보고, 그래야제! 꼭 우리 영감만 자시란 법이 으디가 있어?” “그러면 어르신도 빵을 좋아하시나 봐요?”

 

옛날 젊었을 때는 안자시드만 인자는 잘 자시데!”하자 옆에 계신 영감님그라지 말고 술도 한 잔 갖다 주제 그랑가!”하신다. “

아제! 술 조아한가? 한 잔 갔다 주께!” “지금은 제가 근무 중이라서 술은 마시면 안 돼요!” “그래 잉! 그라문 어짜까?

 

술 한 잔 자심서 그것도 잡수문 더 조꺼인디!” “그러면 어디서 맛있는 술이라도 사다 놓으셨어요?” “집이 술 묵을 사람도 읍는디

먼 술을 사다 노껏이여! 낼 모래가 설이다고 으디서 술이 한 뱅 두루왔드랑께!” “그러면 잘 아시는 분이 선물하셨을까요?”

 

아니 옛날 우리 영감 젊었을 때 물건 쓰든 거래천디 지금도 안 이져불고 명절 때가 되문 선물을 보내주고 그란당께!”

옛날을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주면 굉장히 고마우신 분들인데요.” “그란디 술을 보내준께 그거이 안 조아!”

 

그러면 어르신은 완전히 술을 못 드시나요?” “옛날 젊었을 때는 날이 새도록 마시고 그랬는디 술도 나이로 자신가 으짠가 인자는 술 옆에도 못가!”

그러면 이제는 정말 술은 선물하면 안 되겠네요.” “그랑께 말이여! 우리 영감이 나이 80살이 넘었는디 자꼬 잡수도 못한 술을 보내싼께 밉드랑께!”

 

할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선물을 하더라도 괜히 필요없는 것을 선물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할 것 같네요.”

 

"우리 딸이 또 뭣을 보냈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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