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어머니의 마음

큰가방 2015. 1. 31. 15:24

어머니의 마음

 

계십니까? 계세요?”보성읍 성두마을의 가운데 집에 장정 소포 하나를 배달하려고 주인을 불러보았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이상하다! 방에 TV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하고 소포를 마루에 놓아두고 대문 밖으로 나오는데

 

아저씨! 우리 아들 옷 왔지요?”하며 아주머니께서 급히 대문에 들어서며 묻는다. “! 아드님 옷이 와서 서운하시겠어요?”

아니에요! 남자는 누구든 다녀오는 곳인데!”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아드님은 착실하고 야무지니까

 

잘 적응하고 이제 씩씩한 군인이 되어 돌아올 겁니다!” “그렇더라도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서요.”하며 무척 근심스러운 표정이다.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고 지금은 옛날하고 달라서 대우도 좋다고 하데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잘 알고 있어요! 아저씨 고맙습니다!”인사를 나누고 대문을 나오면서 문득 30여 년 전 집배원을 처음 시작할 무렵의 일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집배원을 시작한지 한 달쯤 되었을까. 그때는 장정소포가 등기였기 때문에 도장을 받아야했는데 보성읍 봉산리 오서 마을에 소포가 도착이 되어

 

무더운 여름, 빨간 자전거 뒤에 소포를 싣고 가서 오서마을로 올라가는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소포를 들고 수취인 댁에 들어가

여기 소포가 왔는데 도장을 좀 찍어주세요!”하였더니 아주머니께서 나오시더니 우리 아들한테 옷 왔제라? 도장 찍어주라고?”하고

 

소포를 받아들더니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하더니. 마루에 소포를 놓아두고는 아이고~! 아이고~!”하고 점점 큰소리로 울기 시작하신다.

아주머니! 그만 고정하시고 도장을 좀 찍어주세요!”하였더니? 도장? 알았어!”하고 방으로 들어가 도장을 찾는 듯하더니

 

아니 도장이 으디 가고 읍다냐~?”하다 다시 마루에 있는 소포를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소포를 부둥켜안고

내 아들이 군대가서 을마나 고생을 해싼다냐? 아이고~! 아이고~!”하며 대성통곡을 하시는데. 그때 내 마음은 어떻게든

 

아주머니를 위로해서 진정을 시켜드려야 하겠는데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 가만히 옆에 서 있는데 어찌나 슬피 우시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말았고. 그리고 한참 동안을 같이 울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께서총각 미안해! 내가 즈그 아부지도 없이 아들을 키왔는디

 

군대 갈 때까지 농사일에다 뭣에다가 고생만 그라고 시켜싸도나 못하것소!’말 한마디 없이 일만 했는디 따땃한 쌀밥 한번

못 믹애서 보내고 난께 이라고 서럽네! 카만히 앙거 있어도 날이 덥고 그랑께 땀이 이라고 줄줄 흘러싼디 군대 가서 을마나 고생을 해싼가 몰것네!”하며

 

도장을 찾아오시는 것이었다. 이 땅에 자식(子息)을 둔 모든 어머니는 아들이 군에서 보내온 장정소포를 받아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분은 한분도 안 계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눈물이 오늘날 우리나라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는 훌륭한 원동력이 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이제 신병으로 입대한 모든 군인들이 건강한 몸으로 무사히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원해 본다.

 

"으서 먼 편지가 왔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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