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의 만남
어제 밤 늦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침이 되어도 그칠 줄을 모르고 더욱 세차게 내리고 있다. 그러나 오늘은 비가 내리지만 중요한 모임이 있는 날이다.
약 한 달 전쯤 전남 화순의 어느 우체국에서 재직 중인 옛 동료 직원에게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잘 계셨어요?”
“그래!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집안도 편안하시고?” “형님 덕분에 잘 있습니다.”하면서 시작된 전화내용은 오래전
보성군 노동우체국에서 근무하였던 직원들이 모두 한번 만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이동통신이나 최신식 전화가 있던 것이 아니고 전화교환원이 대기하고 있다, 전화 가입자가 전화기의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우체국으로 신호가 가고“몇 번 대주세요!”요청하면 코드를 상대방에 연결하여 전화를 하였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골의 조그만 우체국에도 집배원과 전화교환원, 그리고 사무실 직원까지 합하여 직원 수가 십여 명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수가 정말 다 모일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에 반신반의하면서 그렇게 하자고 약속을 하면서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가 보았다.
요즘처럼 인터넷이니 휴대전화 또는 전자식 전화가 있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통화량이 밀려 전화가 바로 연결되지 않으면
자꾸 민원이 발생하여 “도대체 당신들은 근무를 제대로 하는 거야! 마는 거야!”하며 민원이 발생하면 국장님께서 진땀을 흘리며 해명하기도 하였는데,
전화 통화방식이 수동식에서 자동식으로 바뀌다보니 전화교환원이 필요가 없게 되는 바람에 당시 근무하던 직원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2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그때 한 가족과 같이 근무하였던 직원들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직원들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부터 나눌까? 그동안 얼굴들도 많이 변했겠지!”생각하며 약속장소로 나가 잠시 기다리고 있노라니
한 사람, 두 사람, 낯익은 얼굴들이 약속장소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2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지나간
옛 시절의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기도 하고, 현재 살아가는 이야기로 서로 위로하고, 축하할 일은 축하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어느새 오후2시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모처럼 모였으니 보성의 유명한 녹차 밭 구경이라도 하자는 의견에 모두 차밭으로 향하였다.
그러나 하필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바람에 제대로 된 구경은 할 수 없었지만 차밭에 있는 녹차 방에서 차 한 잔씩을 나누면서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이제는 모두 지나가버린 아득한 옛날, 그 시절에는 매일 만나 서로 다투기도, 화해하기도,
서로 돕기도 하면서 결코 작은 수의 직원은 아니었지만 오순도순 즐겁게 직장생활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렇게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갔지만 아직도 잊지 않고 이미 지나가버린 수많은 이야기들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주부로 돌아간 여직원과 아직도 직장생활을 하는 여직원, 그리고 나이가 들어 정년퇴임하신 선배님과
그 당시의 국장님 등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마음 속 깊이 진심으로 빌어본다.
내일이면 설날입니다. 고향 집의 푸근한 늙은 호박처럼 즐겁고 행복한 새해가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