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화장실 청소하는 법

큰가방 2016. 3. 27. 15:47

화장실 청소하는 법

 

내일 모레는 우리 고유의 큰 명절 설인데 요즘 들어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는 오늘도 풀어지려는 기미는 없고 여전히 차가운 바람만 강하게 불어대고 있었다.

오늘 오후에 애들이 명절을 쇠려고 온다고 했는데 밖에 있는 화장실은 또 어떻게 생겼나?’하고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물 내리는 양변기 버튼을 눌렀으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 이상하다! 왜 이게 작동을 않지?’하고 물탱크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안이 꽁꽁 얼어 얼음 덩어리와 서릿발 같은 것이 보인다. ‘요즘 날씨가 추워진 것 같기는 했지만 화장실 물탱크가 얼어붙을 만큼 추웠을까?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하지 애들이 오면 상당히 불편해 할 텐데!’하다 주전자에 물을 뜨겁게 데운 다음 양변기 물탱크에 붓고

얼음이 녹기를 기다려 버튼을 누르자 그야말로 가슴에 얹혀있던 체증이 내려가듯 ~~’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스럽게 물이 내려갔다.

 

그래서 빗자루로 천정의 거미줄을 걷어내고 바닥도 물을 부어 깨끗하게 씻어내고 있는데 문득 아주 오래전 학창시절(學窓時節)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우리 모두가 힘들고 어려웠던 1960년대 후반 중학생이었던 나는 학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장난꾸러기였는데.

 

그 당시 청소시간이면 걸상을 책상위에 뒤 집어 엎어 교실 뒤쪽으로 옮긴 다음, 빗자루로 먼저 쓸어내고 양철 바게쓰에 물을 길러와

걸레를 빨아 교실 바닥을 깨끗이 문질러 닦은 다음 다시 책걸상을 앞쪽으로 옮기고 뒤쪽도 쓸고 닦는 식으로 청소를 하였다.

 

그런데 처음에 걸레로 교실바닥을 쓱쓱 문지르며 앞으로 잘 나가던 내가 갑자기 친구를 향해 넘어지거나 뒤에서 밀치거나하면

친구가 쓰러지면서 그 순간부터 장난치느라 청소가 중단되곤 하여, 그 때문에 반장이 애를 먹었는데 어느 날은 한창 장난치고 있는

 

나에게 너 정 그러면 선생님께 이른다.”하기에 일러라!”했는데 그날 오후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께 선생님! 상진이는 청소시간이면

청소는 하지 않고 장난만 치고 있습니다.”하고 정말 일러바치고 말았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상진이! 내가 너를 상당히 이뻐했는데

 

청소시간이면 장난만 치고 있었어? 안 되겠구만!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변소(便所)청소를 해라! 알았지?”하셔서 꼼짝없이!”하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리고 청소시간이 되어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그 시절에는 지붕이 양철 지붕이었기 때문에

 

한 여름 하늘에서 쏟아지는 열기와 탱크 밑바닥에서 대소변(大小便)이 함께 어우러져 올라오는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이고! 냄새야! 그런데 다른 애들은 어떻게 청소를 했지?”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다른 반 애들은 물을 길러다 바닥에 뿌리면서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데 우리 반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애들아! 너희들 오줌 싸려면 여기 다 싸라!”하였더니 친구들 서너 놈이 몰려오더니 화장실 바닥에 오줌을 싸고 있는데

 

마침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지나가시더니 너희들 거기서 뭐하고 있냐?” “상진이가 여기다 오줌을 싸라고 해서요!”하는 순간

아이고! 나는 큰일 났다!’했는데 나를 찬찬히 바라보던 선생님. 갑자기 ! ! !”웃더니 상진아! 변소 청소가 그렇게 하기 싫던?

 

그러면 내일부터 하지 말아라!”하셨다. 그런데 그때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혼을 낼 줄 알았던 담임선생님께서

왜 나를 그냥 용서하셨을까? 평소에도 나를 예뻐하셨다는데 내가 그렇게 미남일까?


어느새 봄은 우리 곁에 찾아와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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