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때 늦은후회

큰가방 2016. 3. 13. 15:46

때 늦은 후회


오늘은 신장암(腎臟癌) 두 번째 수술을 받는 날인데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마음이 심란해져 오는데

병실 바로 옆 침대에서 들려오는 기침소리와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 그리고 TV에서 들려오는 연속극 주인공의 목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진 합창이 되어 자꾸만 귓가에 맴돌고 있다. “오늘 오후 1시에 신장 암 수술 받으시지요?”하고 병원 수간호사께서 묻는다.

! 그렇습니다.” “너무 긴장하시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세요.”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생각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긴장이 되네요.”

 

물론 그러시겠지요.” “지난번에 책을 봤는데 그분은 류마치스 관절염 때문에 수술을 10번 넘게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도 저는 두 번째니까 그분에 비하면 행복한 사람 아닙니까?”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니 선생님의 수술은 아주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쉬고 계세요.”하고 수간호사가 나가자 바로 옆 침대에 계신 분이 가까이 오더니 나는 장성서 왔는디 사장님은 으서 오셨소?”묻는다.

저는 보성에서 왔습니다.” “그래라 잉! 같은 성()에서 온 사람이라 반갑소! 근디 신장암 수술을 받은다고요?”

 

! 그렇습니다.” “아이고! 고생이 만하시요! 나도 신장암 수술을 받었단 말이요.” “저는 이번이 두 번째 수술이거든요.”

그래라 잉! 그란디 수술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받고나서 잘 해야 쓰것드란 말이요!” “어떻게 하셨는데요?”

 

수술 받고나서 한 2년 동안은 의사가 시킨대로 병원도 잘 찾어 댕기고 음식도 조심하고 했는디, 2년이 지난께

으째 병원에 댕기기가 실트란 말이요! 그래서 오란 날짜에 안 가 불고, 또 촌에서 살다본께 농사를 안 짓고 살수는 읍응께

 

50마지기나 된 농사를 다 지었단 말이요!” “그럼 혼자서 그 일을 다 하셨어요?” “촌에 일꾼이 을마나 있것소?

천상 우리 집사람하고 나하고 둘이하제!” “그럼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그란디 일 심들다고 술 묵어부렇제!

 

담배도 다시 피여부렇제! 그라고 한 3년 지난께 몸이 쬐깐 이상한 것 같드란 말이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그래서 병원에 왔드니 신장은 괜찬한디 폐 있는디가 암이 생겨 부렇드란 말이요!” “정말 그랬어요?”

 

그래갖고 담당의사가치료시기가 늦어서 여그서는 안된께 딴 병원으로 가라!’고 안 받어주드란 말이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으짜껏이요! 사정사정한께 겨우그라문 지금부터 시킨대로 하라!’고 하드랑께라!”

 

그래도 암을 늦게라도 발견해서 다행이네요.” “그란디 그것 치료가 상당히 심이 드요! 그랑께 먼 병이든지 첨에 발견하문 존디

그것이 안된께 문제드란 말이요!” “그러면 얼마나 치료는 되셨어요?” “우선 암 덩어리가 더 안 커지게만 하고 있는디

 

오늘 퇴원해 가꼬 일주일 후에 다시 입원하라고 안 그요!” “그래도 암이 더 커지기만 하지 않아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랑께 말이요! 그란디 선생님은 농사는 을마나 지요?” “저는 농사는 없어요.” “그라문 다행이요!

 

그랑께 앞으로는 힘든 일은 절대하지 마시고, 음석 같은 것도 병원에서 자시란 것만 자시고, 또 오란 날짜에

꼭 병원에 오시고 그라씨요! 내 병이 이라고 커지고 본께 으째 그때 말을 안 들었든고 후회가 되드란 말이요!”

어느새 봄은 우리 곁에 찾아왔는지 이름 모를 들꽃들은 예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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