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늦은 후회
‘오늘은 신장암(腎臟癌) 두 번째 수술을 받는 날인데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마음이 심란해져 오는데
병실 바로 옆 침대에서 들려오는 기침소리와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 그리고 TV에서 들려오는 연속극 주인공의 목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진 합창이 되어 자꾸만 귓가에 맴돌고 있다. “오늘 오후 1시에 신장 암 수술 받으시지요?”하고 병원 수간호사께서 묻는다.
“예! 그렇습니다.” “너무 긴장하시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세요.”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생각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긴장이 되네요.”
“물론 그러시겠지요.” “지난번에 책을 봤는데 그분은 류마치스 관절염 때문에 수술을 10번 넘게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도 저는 두 번째니까 그분에 비하면 행복한 사람 아닙니까?”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니 선생님의 수술은 아주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쉬고 계세요.”하고 수간호사가 나가자 바로 옆 침대에 계신 분이 가까이 오더니 “나는 장성서 왔는디 사장님은 으서 오셨소?”묻는다.
“저는 보성에서 왔습니다.” “그래라 잉! 같은 성(城)에서 온 사람이라 반갑소! 근디 신장암 수술을 받은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아이고! 고생이 만하시요! 나도 신장암 수술을 받었단 말이요.” “저는 이번이 두 번째 수술이거든요.”
“그래라 잉! 그란디 수술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받고나서 잘 해야 쓰것드란 말이요!” “어떻게 하셨는데요?”
“수술 받고나서 한 2년 동안은 의사가 시킨대로 병원도 잘 찾어 댕기고 음식도 조심하고 했는디, 2년이 지난께
으째 병원에 댕기기가 실트란 말이요! 그래서 오란 날짜에 안 가 불고, 또 촌에서 살다본께 농사를 안 짓고 살수는 읍응께
한 50마지기나 된 농사를 다 지었단 말이요!” “그럼 혼자서 그 일을 다 하셨어요?” “촌에 일꾼이 을마나 있것소?
천상 우리 집사람하고 나하고 둘이하제!” “그럼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그란디 일 심들다고 술 묵어부렇제!
담배도 다시 피여부렇제! 그라고 한 3년 지난께 몸이 쬐깐 이상한 것 같드란 말이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그래서 병원에 왔드니 신장은 괜찬한디 폐 있는디가 암이 생겨 부렇드란 말이요!” “정말 그랬어요?”
“그래갖고 담당의사가‘치료시기가 늦어서 여그서는 안된께 딴 병원으로 가라!’고 안 받어주드란 말이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으짜껏이요! 사정사정한께 겨우‘그라문 지금부터 시킨대로 하라!’고 하드랑께라!”
“그래도 암을 늦게라도 발견해서 다행이네요.” “그란디 그것 치료가 상당히 심이 드요! 그랑께 먼 병이든지 첨에 발견하문 존디
그것이 안된께 문제드란 말이요!” “그러면 얼마나 치료는 되셨어요?” “우선 암 덩어리가 더 안 커지게만 하고 있는디
오늘 퇴원해 가꼬 일주일 후에 다시 입원하라고 안 그요!” “그래도 암이 더 커지기만 하지 않아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랑께 말이요! 그란디 선생님은 농사는 을마나 지요?” “저는 농사는 없어요.” “그라문 다행이요!
그랑께 앞으로는 힘든 일은 절대하지 마시고, 음석 같은 것도 병원에서 자시란 것만 자시고, 또 오란 날짜에
꼭 병원에 오시고 그라씨요! 내 병이 이라고 커지고 본께 으째 그때 말을 안 들었든고 후회가 되드란 말이요!”
어느새 봄은 우리 곁에 찾아왔는지 이름 모를 들꽃들은 예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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