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7년간의 병수발

큰가방 2016. 5. 8. 09:31

7년간의 병수발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답답함을 느껴 커튼을 걷고 병원(病院) 복도를 바라보며 앉아있는데 반대편 침대에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영감님께서 입원(入院)하였다. 그리고 뒤이어 어깨가 떡 벌어진 몸집을 한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남자 둘이 들어오더니

 

영감님께 아버지! 입원 수속은 마쳤으니 맘 편히 하고 계세요! 아시겠지요?” “그란디 내가 이라고 병원에 입원해 불문

인자 째깐있으문 농사철인디 농사를 누가 지껏이라냐?” “지금 농사가 문젭니까? 우선 아버지 몸이 건강하셔야 농사도 있는 것이지

 

몸이 그렇게 좋지 않으신데 왜 그렇게 쓸데없는 걱정을 하세요?” “그래도 내가 읍쓰문 논이고 밭이고 다 묵혀 부껏인디 그라문 안된단마다.”

아버지~! 지금이 1월 달이고 농사는 4월쯤 되어야 시작하는 것인데 그걸 왜 지금부터 걱정하세요? 그리고 그때도 퇴원을 못하시면

 

제가 마을 이장(里長)에게 전화해서, 한 일 년이라도 대신 농사지을 사람 알아보라고 할 테니까, 아무 걱정 말고 계세요!”

! 알았다. 알았어!” “그럼 쉬고 계세요. 저희들은 가서 무엇을 좀 알아보고 올게요.”하고 병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어르신! 아드님들 직업이 무엇인가요?” “서울 으디 경찰서에서 나쁜 사람 잡아들이는 데라고 하드만 거그서 근무한다 그랍디다.”

그러면 경찰서 강력계(强力係) 근무하세요?” “둘이다 거그서 근무하고 있는디 나쁜 사람들 잡어 들일라문 저라고 등치가 커야 쓴담서요?”

 

그러겠지요. 벼라별 사람을 다 상대하려면 아무래도 덩치가 커야 더 유리하겠지요. 그런데 아드님들이 상당히 효자시네요.”

그렁께 말이요! 다행스럽게 애기들이 나 한태 잘 한께 별 꺽정 읍제! 안 그랬으문 나도 참말로 심 들었을 껏이요!”

 

그러면 혹시 집안에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하고 묻자,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는 듯 하더니 천천히 말씀을 시작하셨다.

내가 촌에 읍는 집이서 태어나 배운 것도 읍고 그랑께, 농사만 짓고 참말로 심들게 살았소! 그래도 우추고 읍는 살림에 장개는 가서,

 

애기들도 낳고, 키우고, 그리고 갈쳐서, 즈그들이 직장도 잡고 그래서 시집 장개도 보내고 난께, 살아온 보람도 있고 참말로 좋습디다.

그라고 돌아본께 우리 집이 너머나 험해! 그래서 양옥집을 지어가꼬 인자는 편하게 살아야 쓰것다!’했는디

 

그해 겨울 우리 엄니가 마당에서 자빠지셨어! 그래갖고 그 뒤로 인나들 못해 불고 방에가 들어 눠 분께 천상 대소변(大小便)을 받어내야

할 형편이 되야 불드란 말이요!” “정말 난감하셨겠네요.” “아이고~! 그래도 한 2~3년은 그런대로 우추고 받어 내고 살았는디

 

인자 4~5년이 되야분께 도저히 심들어서 못하것드란 말이요.” “정말 그러셨어요? 옛말에 긴병에 효자 없다!’고 했는데

5년 동안이나 대소변을 받아내셨어요?” “그란디 6년이 넘어가고 인자 7년째 접어들었어! 그랑께 참말로 심이 들드만!

 

그래서 속으로 엄니! 제발잔 돌아가시시요! 제발 잔! 그래야 엄니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우리 식구들도 편하것소! 하고 빌었어!”

그러면 그 말씀을 할머니께 직접하셨어요?” “우추고 그런 말을 직접 할 수 있것어? 그냥 속으로만 했제!

 

그란디 참말로 엄니가 돌아가셨어! 그라고 난께 내가 우리 엄니 한테 못 할말을 했는가? 싶으고, 또 우리 애기들이

나 한테 불효하문 으짜끄나 속으로 은근히 꺽정이 되드라고!”“그런데 오늘 보니 효자들로보이던데요.”

 

그래서 내가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제~!” “아드님들이 아버지께서 할머니의 대소변을 무려 7년 동안이나

받아내는 것을 보고 지냈는데 어떻게 효도를 안 할 수가 있겠습니까?”


"어르신 뭣하고 계세요?"  "인자 째깐 있으문 모를 심어야 쓰꺼 아닌가? 그랑께 못자리 단 하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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