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때문에
지난여름 매일 강렬한 열기를 사정없이 퍼 부으며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던 하늘의 붉은 태양은 하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가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선선한 가을 날씨로 변하고, 시골들녘에 서있는 벼들은 하루가 다르게 황금색으로 바뀌면서 머리가 무거운지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었다. 전남 보성읍 우산리 구마산 정상(頂上)에서 전망대 쪽으로 걸어가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부부(夫婦)를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 “아이구! 정말 오랜만이네요.”반갑게 인사한다. “요즘 보기가 힘들던데 어디 다녀오셨나요?”
“여름동안 날씨가 너무 무더워 안 되겠기에 서울에 있는 딸집에 다녀왔어요.” “아니 모두들 피서(避暑)를 하러 시골로 내려온다는데
반대로 서울로 가셨어요?” “날이 너무 무더우니 시골보다 더 낫지! 싶더라고요.” “그럼 시원하던가요?” “아무래도 시골이 더 낫지
서울이 시골보다 더 시원하겠어요?”이야기를 나누는데 썩은 고목나무 옆 흙바닥에 하얗고 둥그런 예쁜 버섯 하나가 보이자 아주머니께서
“저거 혹시 먹는 버섯인가요?”묻는다. “아마 못 먹는 버섯일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나무에서 나는 버섯은 그렇지 않은데
땅에서 나는 버섯 80% 이상은 우리가 먹을 수 없는 독(毒)버섯이라고 하거든요. 그러니 자신이 잘 모르는 버섯은 아무리 예쁘고 좋아도
손으로 안만지는 것이 좋아요.” “왜 만지면 안 되나요?” “아무래도 표면에 독 같은 것이 묻어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그걸 만진 손으로 피부를 만지면 좋을 수가 없지요.” “정말 그러겠네요. 그러면 혹시 여기 송이(松栮)버섯도 나오나요?”
“송이는 보통 30년 이상 오래된 소나무가 많은 곳에서 난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그런 소나무가 없을 뿐 더러 특히
이 산에는 편백나무가 많기 때문에 송이는 나지 않을 겁니다.” “서울에서 우리 고모가‘송이버섯 따면 조금 달라!’고 해서
나는 여기가 많은 줄 알고 ‘그러자!’고 했는데 줄 수가 없겠네!”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평소에 산에서 자주 만나던 지인께서
전망대쪽에서 박스 같은 것을 양손으로 안듯이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무엇을 그렇게 안고 오세요?”
“어젯밤 팔각정에서 누가 피자하고 통닭, 소주, 맥주, 과자까지 가지고 와서 맛있게 드시고는 쓰레기는 그대로 버리고 갔지 뭡니까.”
“그런데 어떻게 밤에 그랬는지 아세요?” “어제 오후 늦게 제가 여기를 왔다 갔는데 그때까지 아무것도 없이 깨끗했거든요.
그런데 아까 팔각정에 올라 가보니 맛있는 음식을 잘 드시고 이렇게 쓰레기는 그대로 놔두고 갔는데 이걸 보니 어찌나 화가 나던 지요.
그리고 한심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걸 보고 차마 그대로 놔두고 올 수가 없지 않습니까?” “지난번에도 팔각정에
누가 쓰레기 놔두고 간 것 혹시 치우셨나요?” “과일박스하고 과자봉지 말 입니까?” “예!” “그것도 제가 치웠어요.”
“지난번에 제가 치우려고 했는데 박스 같은 것을 묶을 끈이나 봉지 같은 게 아무 것도 없어서 다음날 아예 쓰레기 봉지까지 준비해 갔는데
누가 깨끗이 치웠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누가 치웠을까? 궁금했거든요.” “쓰레기는 버리는 사람,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치우기 전에 안 버려야하는데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왜 그렇게 사람들은 버릴 줄만 알고 치울 줄은 모르는지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더라고요.”
“그러니까요.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산(山)이니까 우리가 깨끗이 관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누가 여기를 관리해 주겠습니까?”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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