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의 고충
전남 보성읍 우산리 구몽산 정상(頂上)에서 ‘하나! 둘! 셋! 넷!’구령에 맞추어 목을 이리저리 돌리는 운동(運動)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등 뒤에서“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하는 소리에 뒤 돌아보니 택배(宅配)를 배달하는 기사였다.
“아니 지금 이 시간이면 굉장히 바쁠 텐데 여기를 오셨어요?” “요즘은 그렇게 바쁘지도 않아요.” “낼 모레면 설 명절이고 그런데 바쁘지 않다니요?”
“도시지역은 굉장히 바쁘다고 하는데 여기는 이상하게 올해 택배가 많지 않네요. 그런데다 물류센터에서 오는 차량(車輛)도
‘늦게 도착한다!’는 연락이 와서 사무실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기도 답답하고 그래서 이리로 와 버렸어요.”
“늦게 온다면 얼마나 늦기에 이렇게 산에 다녀갈 시간이 있어요?” “평소에는 오전 10시 경이면 도착하는데 오늘은 11시가 넘어야
도착할 것 같다고 하네요.” “그렇게 택배가 늦게 도착하면 배달하는 시간이 많이 늦어질 텐데 힘들지 않나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그러면 옛날에는 힘들었어요?” “제가 택배 일을 시작한지 벌써 7년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처음에는 D택배만 취급하다 보니 물량도 얼마 되지 않고 그래서 보성읍을 포함하여 웅치면과 노동면까지 배달하러 다녔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또 차에 기름 값도 많이 들고 쉴 틈이 없어 정말 죽을 지경이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C택배와 합병(合倂)이 되어 CD택배로 바뀌더라고요.” “그 뒤로 변한 게 있었나요?” “우선 배달할 물량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자신이 배달하기 좋은 곳을 선택하여, 보성읍도 절반으로 쪼개 두 사람이 배달하고, 웅치면 따로 노동면 따로 한 사람씩 배달하니
그렇게 많은 거리를 뛰지 않고 시간도 절약되니 얼마나 좋습니까?” “정말 그렇겠네요. 그러면 하루 종일 배달만 하나요?”
“일단 차량이 도착하면 자신이 배달할 택배를 골라낸 다음 순서대로 차에 싣고 배달하다 오후 3시쯤 집하장에 모여
오늘 발송할 것을 차에 실어주고 다시 나와서 계속해야지요.” “그러면 보통 몇 시경에 끝이 나나요?” “저 같은 경우는
오후 7시경이면 끝이 나는데 많을 때는 밤 9~10시까지 해야 할 경우도 있고요.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그날 못하면 다음날 오전까지 배달하기도 하거든요.”
“정말 수고가 많네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애로 사항이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제일 힘든 점은 배달 기사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바람에 힘이 들어요.” “왜 그렇게 바티지 못 한답니까?” “우리가 생각할 때는 별 것도 아닌 것을
콜 센터에 민원(民願)을 넣는다거나 또 나이도 몇 살 먹지 않은 초등학교 5~6학년이나 중학교 1~2학년 정도 보이는 학생들이
반말 비슷한 욕설을 하면서 택배가 깨지거나 상한 것도 아니고 박스에 조금 흠집이 생겼다고 따지면 정말 마음 같으면
그냥 확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도 어쩔 수 없이‘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사과하거든요.
그러면서 뒤 돌아서면 피 눈물이 맺힐 때가 있더라고요.” “정말 그렇겠네요. 그러면 그렇게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저는 일 끝내고 소주 한 잔하면서 잊어버리는데 그걸 가슴에 담고 있다 결국 못 버티고 그만두더라고요.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인 직원들이 많이 그만 두더라고요.” “아마‘내가 어디가면 이 한 몸 못 먹고 살까?’하는 생각으로 그러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아무리 좋은 직업도 반드시 힘들고 어려운 점이 있거든요. 그러니 좋은 것만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택배 일에 전념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텐데 안타깝네요.”
봄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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