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딸 바보 아빠의 딸 자랑

큰가방 2018. 3. 17. 14:08

딸 바보 아빠의 딸 자랑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더니 밤사이 내렸는지 마당과 나무 위 그리고 빨래 줄에도 하얀 눈이 예쁘게 쌓여 있었다.

그렇게 많이 내린 눈은 아니어서 해가 뜨자 금방 녹아버렸지만 계절은 어느새 겨울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버린 느낌이 들며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무거워짐을 느꼈다. 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定期) 산행(山行) 날이어서

선후배(先後輩) 회원(會員)들과 함께 천천히 산을 오르는데 얼마나 올랐을까? 차가운 날씨지만 어느새 등에는 땀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시게요!”후배의 제안에 따라 모두들 양지바른 곳에 모여 자신이 가져온 간식을 내 놓기 시작하였다.

여기 따뜻한 커피가 있습니다.” “저는 따끈한 유자차를 가져왔습니다.” “오늘 아침 갓 구운 맛있는 단팥빵입니다.”

 

모두들 자신이 가져온 간식을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달 산행은 어디로 하면 되겠습니까?”

충청도에 있는 계룡산으로 가면 어떻겠어요?” “거기는 당일 코스로는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을까?” “아침 일찍 출발하면 가능하거든요.”

 

그래도 요즘은 날씨가 추운데다 해까지 짧으니까 그 산은 4월이나 5월쯤 가는 것이 어떨까?” “그래도 괜찮겠네요.”하자 옆의 후배가

그러면 광주 무등산은 어떨까요? 만약 그쪽으로 가면 제가 한턱 쏘겠습니다.”하며 빙그레 웃는다. “한턱 쏘다니 혹시 집안에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닌데 저의 딸이 이번에 공무원 시험 합격을 했지 뭡니까?” “그랬어? 축하하네! 그런데 비율이 상당히 세다고 하던데

자네 딸이 공부를 아주 잘했던 모양이네.” “잘했는지는 모르겠는데 3명 뽑는데 160명이 넘게 응시했고 그중에 4명을 합격시켰다고 하더라고요.”

 

그랬어? 그럼 최종 합격한 것인가? 아니면 면접시험이 남은 것인가?” “아직 면접이 남았는데 그걸 잘 통과해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3명 뽑는데 4명을 합격시켰다면 다 필요해서 그런 것 이니 그 점은 너무 걱정하지 말게! 그런데 학교(學校)는 어디를 나왔는가?”

 

고등학교는 벌교(筏橋)에서 나왔거든요. 그리고 대학교는 서울 E여대를 나왔어요.” “정말 서울 E여대를 나왔어?”

정말이라니까요. 그게 처음부터 그 대학을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고등학교 담임선생께서너의 실력이면 충분히 갈 수 있으니

 

조금만 더 노력하라!’고 자꾸 격려를 했던가 봐요.” “그 학교는 우리나라 여자대학교로는 최고의 명문 대학 아닌가?

그래서 지난번 국정을 뒤 흔든 최모 여인이 자신의 딸을 돈과 배경으로 입학 시키는 바람에 학생들이 데모를 하고

 

국정감사(國政監査)까지 받은 학교 아닌가? 그런데 그 학교를 나왔다니 정말 대단한 딸을 두었네 그려!” “그런데 처음 학교에 입학할 때

등록금이 75십만 원 정도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왜 고민을 했는데?” “저의 형편에 그렇게 많은

 

돈을 준비하기가 어디 쉽겠어요? 그런데 다행스럽게 장학금까지 받으며 학교를 다니는데 얼마나 고맙던 지요.”

그랬다면 자네 딸은 정말 효녀일세! 그런데 공무원 시험을 보려면 또 준비하는 기간도 필요한데 얼마나 공부를 했다고 그러던가?”

 

1년쯤 했을 거예요. 그리고 시험을 보고나서도 잘 봤네! 못 봤네! 도대체 말이 없어아이고 이번에는 틀린 모양이다.’했는데

합격을 했지 뭡니까?”하며 계속 싱글벙글 이다. “아무튼 축하드리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축하받을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손을 꼽아보면 몇 번 되지도 않거든 그런데 자네는 이렇게 딸 때문에 축하를 받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봄이 왔네요. (전남 보성읍 우산리 양지 바른 농로 길 옆에서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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