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선배와 쓰쓰가무시 병

큰가방 2018. 5. 19. 14:14

선배와 쓰쓰가무시 병

 

3월 중순으로 접어들자마자 마치 5월로 들어선 것처럼 기온이 섭씨 20도가 넘는 화창한 날씨로 변하더니 어젯밤 늦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동안 너무 높은 기온을 식히려는 듯 계속해서 소리 없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데, 집 뒤쪽 숲에서는 오늘도호로록~ 오께옥!’

 

봄을 알리는 휘파람새의 노래 소리가 한창이었다. 수도요금을 납부하려고 우체국 창구에서 순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 같아 뒤 돌아보았더니 시골로 귀농(歸農)하여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선배가 활짝 웃고 서 있었다.

 

?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말일세! 그 동안 잘 지내셨고?” “저야 항시 잘 있지요. 그런데 형님은 요즘 지내시기 어떠세요?

그리고 집안도 편안하시고요?” “안 편해!” “안 편하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사고(事故) 나는 바람에 죽을 뻔했어!”

 

무슨 사고가 났는데요?” “우리 집 뒤쪽 높은 언덕에 밭 안 있든가?” “그런데요?” “거그서 로터리를 치다 후진(後進)을 잘못하는 바람에

트랙터와 같이 낭떠러지로 굴러버렸어!” “그게 정말이세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내 다리가 트랙터 밑에 깔렸는디

 

사람들이 와서 끄집어 낼라고 암만해도 안 되드만! 그랑께 할 수 없이 119에 신고해 갖고 구조대원들이 와서 기계로 트랙터를 들어 내드니

나를 구급차에 싣고 병원으로 데꼬 가서 수술을 했어!” “그러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데요?” “그란디 무엇이 잘못됐든가 으쨌든가

 

몇 번을 다시하고 글드만 인자는 무슨 쇠를 박아 놨다 그라데!” “그래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세요?” “다리 한쪽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읍는디 으짜꺼인가? 이렇게라도 짚고 댕겨야제!” “그러면 앞으로 다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없던가요?”

 

인자 쇠를 빼내고 그라문 더 좋아지겠제!” “다행이 다리가 빨리 완쾌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란디 재수가 읍응께 그란가 으짠가

이번에는 감기 같은 것이 왔드란 마시! 그래갖고 한참 혼났네!” “감기 같으면 병원 몇 번 다니면 됐을 텐데 그러세요?”

 

근디 그것이 아니고 으슬으슬 춥고 몸살 같은 것이 나드란 마시!” “그래서 병원에 안 가셨어요?” “안 간 것이 아니고 갔드니

의사께서요새 새로 나온 독감(毒感) 바이러스 때문에 그러니 이삼일 통원 치료하면 되겠다!’고 해서 며칠을 댕김서 주사 맞고

 

약 타다 묵고 했는디 아무 효과가 읍어서 이러다 내가 죽을란다냐? 으짠다냐? 별 생각이 다 들드만!” “정말 답답하셨겠네요.”

그래서 안 되것어서 광주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봤네!” “거기서는 무슨 병이라고 하던가요?” “거시기 들쥐가 옮기기도 하고

 

또 새들도 옮긴다 글데! 거 무슨 병 안 있는가? 일본서도 한때 그것 때문에 이유도 모르고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글드만!”

쓰쓰가무시병 말씀이세요?” “그 병이라 글드만!” “그러면 어떻게 그 병인 줄 알던가요?” “‘웃옷을 모두 벗어보라!’하더니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겨드랑이 밑을 보드니여기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있다!’고 설명해 주드만!” “그런데 형님은 들에서 일하다

풀밭에 함부로 눕거나 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런 병이 왔다고 하던가요?” “그 병이 꼭 풀밭에 누워서만 오는 게 아니고

 

옷을 벗어 놓았거나 또 앉아만 있어도 진드기 유충이 붙으면 사람을 물수 있으니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은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고 하더라고!”

옛날에는 그런 병도 없었는데 그러네요.” “옛날에는 없었던 게 아니고 우리가 몰랐던 거야.

 

그러니 가을이면 함부로 풀밭에 옷을 벗어 놓지 말고 또 드러눕지도 말아야겠더라고!”


봄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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