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가족과 암

큰가방 2018. 6. 2. 12:24

가족과 암

 

길을 가고 있는데 어이 동생 으디 갔다 온가?”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先輩)께서 나를 보고 활짝 웃고 있다.

형님! 어디 다녀오세그 순간우리 집 사람 수술 받고 와 부렇네!”하기에 무슨 수술 받으셨는데요?”

 

와따~! 거시기 콩팥에 암() 말이여!”하며 조금 답답하다는 표정이다. “! 형수님께서 신장암(腎臟癌)

수술(手術) 받으러 가신다고 하셨지요?” “그랬제~! 그란디 동생이 염려해준 덕분에 무사히 잘 마치고 왔네!” “잘하셨네요.

 

그런데 입원해서 퇴원까지 며칠이나 걸리던가요?” “한 일주일 걸렸제! 옛날에는 병원에 한 번 입원만 하문 몇날 며칠을 데꼬 있는디,

요새는 오래 안 놔두고 치료 끝나문 바로 내 보내 분다 그라데!” “그러면 서울 병원에 가실 때 버스 타고 가셨어요?”

 

여그서 광주 송정리역까지 둘째 아들 차로 가서 거그서 KTX 타고 서울 용산역에 내린께, 우리 큰아들하고 며느리하고 나왔드란 마시!

그래갖고 아들 차로 병원에 가서 입원했는디 첨에는 2인실로 갔드란 마시!” “그러면 요금이 상당히 많이 나왔을 텐데요.”

 

하루에 35만원씩이라 그라데!” “그렇게 비싸요?” “그란디 거그서 한 이틀 있다 6인실로 갔어! 첨에는 6인실 비어있는 데가 읍다

그란디 으짜꺼인가? 그래도 특실로 안 보내 분 것만 해도 다행으로 생각해야제!” “특실은 얼마라고 하던가요?”

 

하루에 70만원이라든가? 90만원이라든가? 하여튼 그 정도 한다 글드만. 그란디 우리 집 사람이 입원하자마자 옆 침대에 있든

사람이 수술 받을 라고 가드만 배를 째서 본께암이 너무 많이 전이(轉移) 되야서 도저히 수술을 못 하겠다!’그냥 덮었다!’

 

울어 쌓드란께!” “그러면 형수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뭐라 그라꺼인가? 안 그래도 눈물 많은 사람이 그것을 보고남일 같지 않다!’

훌쩍거려 싼디 뭐라고 나무래도 못 하것고, 참말로 맘이 안 좋드만! 그라고 6인실에서는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라고

 

그란디 을마나 짤라 냈는고,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절반쯤 꾸부리고 댕기드라고, 나중에 좋아진다고는 하제만 참말로 짠하게 보이데!”

그러면 여기서 올라가실 때 혹시 형수님께서 울지 않던가요?” “으째 안 우꺼인가? ‘내가 넘들 한테 욕도 안 해보고,

 

나쁜 짓거리 해 본적도 읍고, 불우 이웃돕기도 넘들 보다 더 많이 했는디, 왜 나한테 암 같은 병이 생겼냐?’고 밤이문 잘 때마다

혼자서 훌쩍거렸든 갑드만, 그란디 혼자 운다고 나는 모르꺼인가? 그냥 아뭇 소리도 안하고 잠자는 척 했제만 마음은 참말로 안 좋드란 마시!”

오죽하셨겠어요. 그런데 수술은 몇 시간이나 걸리던가요?” “지금은 의사(醫師)가 직접 하는 수술이 있고

또 로봇으로 할 수도 있는데 그것으로 하면 더 안전하고 회복도 훨씬 빠르다고 글드만 그래서 로봇으로 했는디 시간은 똑 같이 걸린다 글데!

 

한 서너시간 걸렸는가?” “아무리 기계가 수술을 한다고 해도 개복(開腹)수술과 똑 같이 마취 시키고 했을 것 아닙니까?”

그랬것제!” “그리고 수술을 받고 나면 마취가 풀리면서 정말 힘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형수님께서 수술 받고 나오는 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수술실에서 막 나왔을 때는 꼭 죽은 사람처럼 얼굴이 창백해갖고 꼼짝 안하고 누워있는디

진짜 불쌍하단 생각이들드란 마시 그래서인자부터 참말로 잘해줘야 되것다!’그런 생각이 들드라고.”

 

그러면 형수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나는 식구들 한테 잘 해 준것도 읍는디 식구들이 나를 살렸구나! 앞으로는 내가 더 잘해야 되것다!’는 것을 느꼈다고 그라데!” 


"자~아! 선생님 따라서 '하나 둘 ~ 셋 넷'"





42700


'꼼지락 거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욕탕 세신사의 때  (0) 2018.06.16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윗감  (0) 2018.06.09
후배의 걱정  (0) 2018.05.25
선배와 쓰쓰가무시 병  (0) 2018.05.19
"그래도 그때가 좋았는데!"  (0) 2018.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