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첫 봉급과 빨간 내복

큰가방 2018. 7. 28. 14:01

첫 봉급과 빨간 내복

 

논에서 논으로 길게 이어주는 시골의 농로(農路) 길에는 행복(幸福)이라는 꽃말을 가진 세 잎 클로버의 꽃들이 여기저기 하얗게 피어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노란나비 두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다가가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무엇이 맘에 들지 않아 저렇게 날아갈까? 그러고 보니 나비들도 변덕이 정말 심하구나!”괜스레 중얼거려 본다.

오늘은 정기 산행(山行)날이어서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모여 목적지로 출발하였다. 그리고 얼마나 산을 올랐을까?

 

아직 5월 하순(下旬)인데도 초여름 같은 날씨 때문인지 땀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안 되니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세!”하며 일행들과 함께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배낭 속에 넣어 온 간식을 꺼내며 오늘 갓 구운 빵이거든요.

 

이것 좀 드셔보세요!”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얼음을 넣어왔는데 다행이 아직 녹지 않았네요. 여기 보온병에 담아 온 시원한 물드세요!”

저는 오이를 가져왔네요. 산행을 할 때는 뭐니 뭐니 해도 이것 보다 더 좋은 게 있겠어요?” “자네 말이 맞네!

 

산에 오를 때는 오이만 한 게 없지!” “그런데 지난달에는 산을 오르면서도 그렇게 더운 줄 몰랐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무덥지?

이것도 모두 기후 변화 때문인가?” “그게 아니고 지난달은 4월이니까 아직 봄이고 요즘은 계절이 무더울 때 아닌가?

 

이제 낼 모레면 6월인데 그러면 여름으로 들어서는 거지 안 그런가?”친구가 대답하더니 후배에게 지난번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던

자네 딸 발령은 받았는가?” “우리 딸이요? 진작 받았어요. 지난 12일 날 받았는데 여자들도 건설직 시험을 봤는지 건설직 1,

 

행정직 3, 그리고 토목직 1명해서 모두 5명이 발령을 받았다고 그러데요.” “그랬어? 그러면 첫 봉급타서 빨간 내복(內服) 사 가지고 왔던가?”

그게 빨간 내복을 사 입으라는 건지 아니면 그냥 용돈으로 쓰라는 건지 돈 몇 푼 내놓고 말데요.” “그랬어? 우리 시대 때는

 

공무원을 하던 회사에 다니든 첫 봉급을 타면 무조건 부모님께 갖다드리고 용돈은 타서 썼는데, 혹시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빨간 내복 사 입으라고 돈을 보내드렸는데, 그 당시에는 따뜻한 속옷이 귀하고 비쌀 때인데 빨간 내복은 따뜻하기도 하지만

 

그런 선물을 받은 건 큰 자랑이었다고 하거든.” “그런데 우리 딸 하는 것을 보면 그런 걸 사다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왜 그렇게 보이던가?” “옛날 학교 다닐 때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나! 어쨌다나!” “아니 무슨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야?

 

학비는 전부 다 자네가 대 줬을 것 아닌가?” “물론 그랬지요. 그런데 문제는 용돈을 전부 지 엄마가 주었지 저는 별로 신경을 안 썼거든요.”

대부분 어느 가정이나 등록금 같은 큰돈은 아빠들이 알아서 하고 용돈 같은 것은 엄마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남자들이 어떻게

 

소소한 것까지 다 챙겨주겠어? 그런데 무슨 고생을 했다고 그러든가?” “용돈 좀 벌어 쓰려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어떤 때는

죽도록 고생했는데 돈 한 푼도 못 받고 너무 억울해 노동청(勞動廳)에 가서 하소연했는데도 해결도 해 주지 않을 때도 있고,

 

날이 새도록 편의점에서 일을 했는데도 시급(時給)도 제대로 주지 않은 곳도 있다!’면서 마치 아빠를 위해서 고생한 것처럼 야단이데요.”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나 공사판에서 죽도록 일하고 일당(日當)을 떼였던 일들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인생의 큰 교훈이 될 텐데,

 

자네 딸이 아직 무엇을 모르니까 그런 것 같으니 이해를 하게!”


"요새는 날이 징하게도 더운디 먼 쓰잘데기 읍는 풀들은 날마다 지러싼가 몰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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