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어머니와 장모님

큰가방 2019. 9. 21. 12:37

어머니와 장모님

 

8월 한 달이 마지막을 향하여 쏜살같이 달려가는데 하늘에 떠있는 붉은 태양은 오늘도 변함없이 하루 종일 참기 힘들 정도의

뜨거운 폭염(暴炎)을 마구 쏟아 붓더니 퇴근(退勤) 시간이 되었는지 기다란 그림자를 질질 끌고 천천히 서산을 향해 걸어가는데,

 

동구 밖 정자나무 꼭대기의 매미들은 오늘도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뜨거운 여름은 어서 빨리 물러가라!”며 태양의 뒤통수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 산행(山行)일이어서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에 모인 다음

 

승용차(乘用車)를 이용하여 산 아래까지 이동(移動)하는데 함께 동승(同乘)한 후배에게 누구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자네 어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시다고 하던데 요즘은 좀 어떠신가?”물었더니저의 어머니요? 지금은 요양원에 계세요!”대답하였다.

 

몸이 아직 많이 불편하신가?” “이제는 몸도 잘 가눌 수도 없고 또 사람도 못 알아보시거든요.” “그래! 하긴 내가 직장에 근무할 때

어머니를 뵌 적 있는데 그때 혈압으로 떨어지셨다고 했는데 벌써 10년은 넘었을 것 같거든! 그런데 그때도

 

치매를 약간 앓고 계셨던 것 같은데 지금 연세(年歲)가 많으신가?” “금년 나이가 여든 여덟이라 요즘 나이로는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혈압에 떨어지신 후 치매까지 겹쳤어도 잘 이겨내신 것 같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몸을 못 쓰고 자리에 누워버리시더라고요.”

 

그럼 지금까지 요양원으로 모시지 않고 자네가 계속 모시고 있었던가?” “제가 모셔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그랬으면 정말 힘들었을 텐데!” “그래서 처음 어머니께서 자리에 누우셨을 때 저의 집사람과 약속을 했거든요.”

 

무슨 약속을 했는데?” “집 사람에게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최소한 3년 동안은 우리를 품안에 안고,

또 등에 업고, 키우셨을 테니 우리도 3년 동안만 어머니를 그렇게 모시자!’고 했더니 집 사람도 흔쾌히그럽시다!’하더라고요.”

 

정말 그랬어?” “그래서 집 사람이 매일 어머니 몸을 깨끗하게 닦아드리고 또 드실 것도 품안에 안지는 못하지만

나름 열심히 먹여드리고 보살펴드렸거든요.” “그러면 그때는 사람을 알아보셨을 때인가?” “어떤 때는 알아보셨다가

 

또 못 알아보기도 하셨는데 그래도 몸은 매일 한 두 번씩 깨끗이 씻겨드리고 또 몸을 자주 돌려 눕게 했더니 욕창(褥瘡) 같은 건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난번에 갑자기 의식도 없고 또 음식을 전혀 드시지도 못해서 병원에 입원하셨거든요. 그랬는데 며칠 지나서보니

 

몸에 욕창이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던가?” “간호사들에게이것이 내가 보기에 욕창 같은데 어떻게 환자를

관리했기에 이런 것이 생기느냐?’고 따졌더니 절대 아니다!’고 우기데요.” “그랬겠지!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시인하면

 

그에 따른 치료를 해줘야하니 인정하겠는가?” “그래서 병원에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집으로 퇴원을 시킬까? 했는데 동생들이

저쪽에 요양원이 있는데 환자를 아주 잘 돌본다!’면서 그쪽으로 모시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거기로 모셨는가?”

 

지금 그쪽으로 모신지 며칠 되었는데 병원 보다 조금 나은 것 같더라고요.” “그랬으면 정말 다행일세!”하였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빙긋이 웃으며요양원에서 잘 모시면 돌아가실 분도 깨어나시더라고!” “그게 무슨 소린가?”

 

우리 장모님이 몇 달 전 갑자기 금방 돌아가실 것처럼 사람도 못 알아보시고 음식도 못 드셔서 할 수없이 거기로 모셨거든!

그런데 거기서 며칠 지나고 나서 다시 정신도 돌아오고 몸이 좋아져서 지금은 건강하게 살고 계시더라고!”


지난 번 태풍 링링 때문에 넘어진 벼를 세워놓은 모습인데 또 다시 태풍 타파가 올라오고 있다네요. 부디 아무 피해없이 물러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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