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손자의 배신

큰가방 2019. 12. 14. 19:23

손자의 배신

 

시골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한적한 길가에 하얀, 빨간, 분홍색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바람에 한들거리며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고, 시골집 지붕에 보름달 보다 더 큰 커다란 늙은 호박은 지나가는 길손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누는데, 가을의 시작됨을 알리는 풀벌레들의~~~!”합창소리는 아직도 쉬지 않고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허리 돌리는 기구(器具)를 이용하여 하나! ! ! !”운동(運動)을 하고 있는데 삼촌 일찍 오셨네!”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마을 형수(兄嫂)님 두 분이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은 조금 늦으셨네요.” “우리는 일찍 온다고 왔는디

어지께 보다 늦었어?” “그렇게 많이 늦지는 않았지만 조금 있으면 점심때니까 빨리 내려가셔야 될 것 같은데요.”

 

그런가? 그라고 본께 시간도 징허게 빠르네! 아침 밥 묵고 멋 잔 하다보문 금방 점심때 되야 불고 그랑께 하레가

우추고 간지도 모르고 가 불드랑께!” “그러니까요. 더군다나 요즘은 낮의 길이가 한 여름보다도 짧으니 하루가 더 빨리 가는 같아요.”하는

 

순간~~~!’휴대폰 벨이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형수님이 한 분이 재빨리 전화를 받더니 우메! 우리 비타민(Vitamins)

영상통화(影像通話)를 했네!”하며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잘 있었냐? 경원이는 멋허냐? 얼렁 잔 바까 줘봐라!

 

보고 싶어 죽것다!”하더니 지금 멋하고 있어? 아이고~ 우리 이삔 강아지! 멋이라고? 강아지가 아니라고? 그라문 멋인디?

경원이 오빠라고? 오빠란 말은 으서 또 배왔다냐?”하며! ! !’웃더니 마치 이 세상에 손자는 자신 밖에 없는 것처럼

 

무척 행복한 표정이다. “머시라고? 감자 박수를 쳐본다고? 으디 한 번 쳐봐라! 그라고 또 고구마 박수가 있어? 그것은 우추고 한다냐?

그라고 또 오이박수도 있고? 어디 한 번 쳐봐라! ! 그래! 할머니한테 빠이빠이하고 사랑해! ? ‘사랑해!’는 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라문 우추고 한다냐? 이라고 두 손을 높이 올리고 구부리라고? ! 알았다! 그래 어서 들어가그라! 전화해줘서 고맙다.

경원아! 할머니도 너를 마니 사랑해!”하고 전화를 끊었다. “형수님! 손자가 그렇게 예쁘세요?” “그라문 이쁘제 안 이뻐? 하는

 

짓거리마다 다 이쁘제 안 그란가?”하고 옆에 있는 형수께 묻자 그라제! 이 세상에서 손지 같이 이삔 사람이 으디가 있간디!

참말로 눈에 너도 안 아프꺼이시!”하더니 그란디 엊그저께 우리 옆집 노인들은 서울 아들네 갔다 울고 왔다 그러데!”

 

왜 울고 왔는디?” “손지들이 써운하게 해서 그랬다든가 으쨌다든가?”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아니 이제 서너 살 많아야

대여섯 살 먹은 손자가 무엇을 그렇게 서운하게 해서 울고 왔다던가요?” “즈그 어메가 두 달 동안 병원(病院)에 입원했는데

 

그동안 애기를 집에서 데꼬 있었든 모양이데! 그란디 즈그 엄마가 퇴원해 갖고 데꼬 가 부렇어! 그란디 보낼 때도

눈물 바람을 해 쌓드만 엊그저께는 애기들 보고 싶다고 서울잔 갔다 올란다고 가드만!”“그런데요.” “근디 애기들이 할머니,

 

할아부지를 보문 얼렁 달려와서 품이 안겨야 쓰꺼인디 할아버지 미워! 할머니 미워!’하고 도망을 가서 오도가도 안했든 모양이데!

그랑께는 그거이 써운해갖고 내려옴시로 집에 올때까지 울었다든가 눈물 바람을 했다든가 하여튼 마니 써운했든 갑서!”

 

혹시 손자 손녀가 다시 데리러 온 줄 알고 피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은 그래도 조금 있으면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를 잘 따르겠지요.”

    

전남 보성읍 관주산 단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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