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코로나19와 택시기사

큰가방 2020. 7. 25. 14:59

코로나19와 택시기사

 

시골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데 누군가아저씨!’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길 한쪽에 하얀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나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먹을거리가 귀했던 내 어린 시절찔구!’라고 부르던 찔레의 새순을 꺾어 껍질을 벗겨 입에 넣으면

 

약간 달착지근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지면서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었는데, 이제는 입맛이 변했는지 아니면 먹거리가 많아져서

그런지 알 수 없으나 그 시절 그 맛을 느낄 수 없어 정말 아쉬운 마음이다. 순천(順天) 버스터미널에서 택시에 오르자

 

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하며 기사(技士)께서 반갑게 맞는다. “수고 많으십니다. 금당 우미아파트로 가시게요.”

! 잘 알았습니다.”하며 차()는 출발하였다. “그런데 지금 어디가시는 길입니다. 따님 집? 아니면 아드님?”하며

 

기사께서 묻는다. “아들 집에 가느라고요.” “그러세요. 그런데 무엇을 저렇게 바리바리 싸 가십니까?” “바라바리 싸가는 것은

아니고 애들 먹을 반찬 조금 가지고 갑니다.” “그러세요. 그런데 제가 모신 손님 대부분 아들 보다 따님 집에 갈 때

 

반찬을 더 많이 싸가지고 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요? 저는 딸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아들 집에 갈 때

아무래도 무엇 한가지라고 더 생각할 것 같은데 그러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부분 따님 집에

 

갈 때 가져가는 짐이 더 많더라고요. 그런데 손님! 앞으로 저렇게 짐을 가지고 오실 때는 바퀴달린 손수레 아시지요?”

시장에 갈 때 사용하는 수레 말씀이지요?” “아니요. 그것 보다 더 큰 게 있는데 아까 차에 실었던 아이스박스가 들어갈 정도 크기의

 

바구니가 달려있고 또 접었다 펼 수도 있어 참 편리하거든요. 그걸 가지고 다니시면 아까처럼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 없이

그냥 짐을 끌고 다니다 버스 짐칸에도 실을 수 있고 또 택시 트렁크에도 넣을 수 있으니 앞으로는 그걸 한 번 사용해 보세요.”

 

그런 게 있었나요? 좋은 걸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이 토요일인데 거리에 사람이 별로 안 보이네요.

아직도 코로나19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요?” “그렇지요. 아무리 전남이 바이러스 청정지역(淸淨地域)이라고 하지만

 

누구 한 사람만 잘못되면 그건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으니 너도나도 조심해야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사람들이 자연히

밖에 잘 나오지 않으니 장사도 잘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저의 택시업계도 손님이 없어 죽을 지경입니다.” “정말 그러시겠네요.”

 

그래도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잘 대처한 덕분에 전국적으로 감염 환자들이 크게 퍼지지 않아 얼마나 다행입니까?”

기사님께서는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니 정말 좋네요.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무엇을 물어보시려고요?”

 

다른 것이 아니고 지금 착용하고 계신 마스크는 매일 바꾸십니까?” “처음에는 매일 바꾸다시피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손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수도권을 제외하면 감염(感染) 환자(患者)들이 거의 나오지 않으니 이틀이나 삼일 사용하고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걸 재사용하면서 꺼림칙하지 않던가요?” “처음 코로나19가 나왔을 때는 정말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스크를 매일 바꾸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잘 정도였는데 요즘은 많이 진정되어 있는 상태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면

 

물에 깨끗이 씻으면서 칫솔로 살살 닦아 잘 말린 후 사용하니까 이틀에서 삼일정도 사용해도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하여튼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끝이 나서 옛날처럼 마스크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날이 돌아왔으면 정말 좋겠어요.”

출렁다리로 유명한 예당저수지가 아닌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예당리 예당저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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