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술과 운동

큰가방 2020. 8. 15. 15:49

술과 운동

 

내일은 곳에 따라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했는지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가득하고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바람은 푸르디푸른 애기단풍잎 사이를 지나며 귓가에~~!’사랑의 밀어(蜜語)를 속삭이는데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頂上)에서 기구(器具)를 이용하여

하나! ! ! !”운동(運動)을 하고 있는데 동상 오셨는가?”소리에 뒤 돌아보았더니 잘 아는 선배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항상 저보다 더 빨리 오시더니 오늘은 웬일로 늦으셨네요.” “금메! 으째 오늘은 여그 잔 올라온디 엄청 심이 마니 들어

몇 번 쉬다 본께 이라고 늦어부네!” “형님 나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힘이 드시겠지요. 그런데 어제는 왜 안 오셨어요?”

 

어지께는 쩌그 중간만큼 올라오다 으째 힘들어서 의자에 앙거서 째깐 쉬다 그냥 내려가 부렇네.” “그러셨어요? 잘하셨네요.

우리가 운동하는 이유는 몸에 좋으라고 하는 것인데 괜히 무리해서 잘못되면 오히려 안하는 것 보다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억지로 하는 것은 좋지 않거든요.” “그렁께 말이시! 나도 그런 것은 알고 있제만 사람 욕심은 또 그것이 아니거든,

지금도 내 마음은 별것도 다 할 것 같이 젊은디 현실은 그것이 마음대로 안 되드란 마시!”이야기를 나누는데 일찍 오셨네요!”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후배가 가픈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더니 아이고! 죽것네!”하며 한쪽에 놓여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동생! 요즘 바쁘다면서 어떻게 시간을 내셨는가?” “오늘은 무슨 일인지 우리 집사람이

 

가게를 봐 줄 테니 운동 좀 하고 오라!’고 하네요.” “그랬어? 그럼 제수씨 몸은 좀 어떠신가?”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 수술(手術) 받은 환자가 어떻게 하루 이틀 사이에 좋아지겠어요? ()을 이기려면 그저 열심히 운동도하고 약도 잘 먹고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지요.” “그런데 내가 보기에 자네 몸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난 것 같은데!” “저요? 아이고! 말도 마세요!”

? 무슨 일이 있었는가?” “형님도 알다시피 저의 집사람이 암 수술을 받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수술 받으러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나중에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왔어도 계속 치료의 연장이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 저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러면 자네 자녀(子女)들은 안 도와주던가?” “애들은 모두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와서 도와 달라!’는 말을 하겠어요? 그래서 어쩌다 일요일 날 하루 도와주면 정말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혼자 해야지요.

그런데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매일 그렇게 하다 보니 밤 9시경에 문을 닫는데 일이 끝나고 누우면 잠이 쉽게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던가?” “그래서 술을 한잔씩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게 몇 개월 동안 계속되다 보니 몸이 8kg이 늘었더라고요.”

그러면 그걸 마시면 잠은 잘 오던가?” “그런데 처음에는 잠이 잘 들었던 것 같은데 시일이 지나면서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마시게 되고 그러다 취하면 주몽사몽(酒夢似夢)간이 되어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들고 하다 보니까

몸이 조금씩 불어나는 것 같더니 몇 개월 만에 이렇게 되어버리더라고요.” “정말 고생하셨네! 그런데 몸이 너무 나면 생활하기

 

곤란할 텐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제 집사람이 가게를 봐주면 술은 마시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지요.

소주 한 병에 밥 한 공기 반만큼의 칼로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만 안 마셔도 살 빼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장마가 끝나자마자 시골집 담장 밑에 채송화가 예쁘게 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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