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그 시절의 추억이 묻어있어 그럴까?"

큰가방 2020. 8. 23. 14:09

그 시절의 추억이 묻어있어 그럴까?”

 

~~!’동녘의 햇님이 아직 출근도하기 전 이른 새벽부터 멀리 장 닭들의 외침소리가 들려오면서 아직 퇴근도 못한

달님은 이제야 천천히 퇴근 준비를 하는데, 한 여름 날씨로 접어들면서 매일 무성하게 자라나는 잡초들과 전쟁을 치르는

 

동네 아저씨는 오늘도 변함없이 어른 키 높이만큼 자라버린 풀을 베어내느라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선배(先輩) 두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한적한 오솔길을 걷다 커다란 대()밭을 지나는데 하얀 바탕에 검은 페인트 글씨로죽신 끈어가지 마시오.

 

적발시 고발하겠음. 주인 백.’이라고 써진 커다랗고 아주 오래된 간판(看板)이 보였다. “형님! 저런 간판이 있는 걸 보면

옛날에는 주인 모르게 죽순(竹筍)을 많이 꺾어갔을까요?”묻자지금이야 대() 가격(價格)이 별것 아니지만 옛날에는 굉장히 비쌌거든,

 

그러다보니 누가 죽순이나 한 개 꺾어가다 걸리면 그날은 그 사람 죽는 날이네.” “정말 그렇게 비쌌어요?” “옛날에는

대밭이 금()이 나오는 밭이라고 해서 금 밭이라고 부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거든, 그래서 어떤 사람은 매년 봄 죽순이

 

새로 나오면 거기에 번호표를 붙인 다음, 누가 대를 한 개라도 베어갔는가 감시하고, 또 대를 취급하는 상인에게 팔 때는 오래된 대부터

팔아 가격을 더 받았다고 하더라고, 지금 우리는 그런 것이 별로 필요 없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옛날에는 왜 그게 필요했는지

 

아마 모든 것이 귀했던 시절이라 그랬던 것 같아.”하자 옆의 선배께서 옛날에는 화장실의 변(便)도 서로 퍼가려고 하던

시절이 있었어! 아마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을 거야. 그 시절만 하더라도 대부분 각 가정에 지금처럼 수세식(水洗式)이 아니고

 

저장 탱크에 변이 차면 사람이 소매장군으로 퍼내는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했거든, 그런데 어느 날인가 우리 집 화장실 앞에서

누군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았더니 아직 탱크에 변(便)이 많이 차지도 않았는데 서로 퍼가려고 싸우는 거야.”

 

그 시절에는 그것이 그렇게 귀했을까요?” “지금이야 농사를 지으면 볏집 같은 것도 다시 논에 넣어 퇴비로 사용하고 웃거름이나

밑거름해서 갖가지 비료도 많이 나오지만 옛날에는 논이나 밭에 넣어 농사를 지을만한 거름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니 여름이면 논둑이나

 

밭둑 또는 산에 있는 풀을 베어다 잘게 자른 다음 변을 퍼다 잘 섞어 삭인 다음 거름으로 쓰던 시절이니 자연히 서로 그것을

많이 퍼가려고 했거든.”하자 옆의 선배께서 아마 내가 열아홉에서 스무 살쯤이나 되었을 거야. 우리 집 화장실에 변이 넘치게 생겼는데

 

빨리 와서 퍼가라!’고 해도 안 퍼가더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옆집의 소매장군을 빌려 내가 직접 변을 푸기 시작했네!”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변을 푸기는 펐는데 어디에 버릴 데가 없는 거야!” “그러면 정말 곤란하셨겠네요.”

 

그래서 이 궁리 저 궁리하다 친구(親舊)네 집 밭으로 지고 가서 막 부으려고 하는 데 친구 아버지가 쫓아오더니아니 이 사람아!

여기에 그런 걸 붓고 싶은가?’하고 막 호통을 치시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여기에 부어놓으면

 

거름도 되고 좋지 않을까요? 했더니 여기는 절대 안 되니 다른 데로 가져가서 부어! 알았어?’하며 쫓아내는 거야. 그래서 할 수없이

마을 뒷산으로 올라갔거든.” “왜 뒷산으로 가셨는데요?” “거기서 사람이 오가지 않는 골짜기에 붓고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집으로 도망쳤거든. 이제는 아주 오래되어 모두 잊혀져버렸지만 왜 옛날이야기를 하면 그때가 그리운 걸까? 우리 몸 어디에 그 시절 추억이 묻어있어 그럴까?”

 

 

지루했던 장마가 그치면서 나라꽃 무궁화가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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