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잃어버린 편지

큰가방 2002. 11. 23. 14:28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도 맑기만 하던 날씨가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올해 첫눈이라는 생각에 반갑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제부터는 추위가 시작되는
본격적인 겨울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시골마을 골목길에는 이리저리 낙엽들이 뒹굴고 날아다니고 추위에 떨기도 하면서
겨울을 알리려는 듯 바스락거리고 엉키면서 저를 반깁니다.
전남 보성읍 봉산리 오서마을 골목길을 들어서니 할머니 한 분께서 낙엽을 쓸어모으십니다.
"할머니 수고하시네요! 왜 하필 이렇게 추운데 그렇게 낙엽을 모으세요?" 하였더니
"아이고 골목길이 너무 어지러워서 사람이 살것어? 사람도 안 사는 것 같아 좀 치워 불라고!"
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에게 온 편지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할머니의 편지를 찾는데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할머니의 편지가 없어진 겁니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 금방 까지도 보았는데 어디로 갔지?" 하면서 이리저리
찾아보았으나 편지가 없어진 겁니다.
"아이고 큰일났다!" 하고서는 가만 생각을 해보니 방금 전 아랫마을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할머니 우편물을 함께 배달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리나케 아랫마을로 다시 달려갑니다. 그리고는 우편 수취함을 뒤져보았으나
할머니의 우편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하다 금방 까지도 있었는데!" 하면서 잠시 생각을 해보니 할머니의 마을에 새로
이사를 오신 그 집으로 배달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 집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는 주인을 불러봅니다.
"계십니까? 계세요!" 하면서 주인을 부르자 젊은 아주머니께서 나오십니다.
"혹시 방금 전에 우편물 받으신 것 중에 다른 집 우편물이 안 딸려 왔던가요?"
하고 묻자 아주머니께서는
"글쎄요! 제가 자세히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잠시 기다려 보세요!"
하면서 안으로 들어가시더니 방금 전에 배달했던 우편물을 가지고 나오십니다. 그리고는
"아저씨 여기 있네요 제가 자세히 봐야하는데 미안합니다!" 하시는 겁니다.
"아이고 다행이다 나는 영영 잊어버린 줄 알았네!" 하고서는 할머니 댁으로 다시 갑니다.
할머니께서는 낙엽을 다 모으셨는지 낙엽에 불을 붙여 태우고 계십니다.
"할머니 아니 바람이 불고 그라는데 혹시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낙엽을 태우시는
겁니까?" 하는 저의 말에
"바람이 좀 불어도 내가 지키고 서 있응께 괜찬해!" 하십니다.
"그러다 불이 날아가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그랑께 물이랑 이라고 떠다놨어 혹시 바람이 많이 불고 그라면 물 좀 뿌려불제 어째!"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할머니! 할머니 성함이 양서순 씨가 맞지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아니 나한테도 뭔 편지가 왔어? 늙은이한테 뭔 편지가 왔으까" 하십니다.
"농협에서 왔는데요!" 하는 저의 말에 "으디 이리 줘봐!" 하십니다.
그러시더니 우편물을 이리저리 보시더니
"뭔 이런 것을 갖고 왔어 편지를 갖고 올라 문 좋은 것을 갖고 와야제!" 하시더니
우편물을 꼬깃꼬깃 접어서 마루에 던져 놓으시는 겁니다.
"아니 할머니 저는 그 우편물을 잊어먹고는 찾으려고 이리저리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그렇게 우편물을 꼬깃꼬깃 하시면 되겠어요?" 하는 말이 금방 입 밖으로 나오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을 할 수는 없고 해서 마음속으로만 말을 하였지요
"구시렁 구시렁 그리고 또 구시렁!"
제가 좀 심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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