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중순에 접어들면서 날씨는 마치 3월의 중순에 접어든 것처럼 매우 따뜻한 날씨가 계
속되고 있습니다. 아직 봄을 상징하는 아지랑이는 보이지 않지만 양지 바른 언덕에 아주 어
리고 조그만 파란 새싹들이 고개를 살며시 내밀고 미소를 지으며 오가는 길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가 빨간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달려온 곳은 전남 보성군 노동면 금호리
영구마을입니다. 영구마을의 경운기 한 대가 겨우 지나 갈만한 아주 좁은 골목길에 들어섰
는데 어디선가 "아으 아응으!" 하는 마치 어린 아기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상하다! 이 골목에는 어린 아기는 없는데 어디서 나는 소리지?" 하는 마음으로 골목길을
천천히 지나가는데 좁은 골목에서 다시 넓은 골목으로 이어지는 곳에서 하얀 바탕에 검은
점무늬가 있는 고양이 한 마리와 누런 바탕에 잿빛 무늬가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서로 엉
켜 붙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고양이들의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던지 길바닥에는
고양이들이 서로 물어뜯어 뽑혀있는 털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바람에 날려가기도 하는데
제가 오토바이로 빵빵 소리를 내보았으나 고양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싸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다! 고양이들이 사랑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토
바이를 세워놓고 고양이의 싸움을 잠시 구경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땅바닥에서
뒹굴던 고양이들이 이제는 지쳤는지 다시 떨어져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다시 하얀 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고양이가 상대편 고양이를 향하여 천천히 다가가
더니 마치 권투선수가 상대방 선수에게 탐색전을 벌이듯 "아응 아응으!" 하는 아주 앙칼진
소리를 지르며 오른쪽 앞발을 상대방 고양이의 뺨을 때릴 듯이 위협을 하자 누런 바탕의 잿
빛 무늬가 있는 고양이는 더욱 앙칼진 소리를 지르며 응수합니다.
그때 마침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시기에 "할머니 왜 고양이들이 저렇게 사납게 싸울까요?"
하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는 "몰라! 괭이 새끼들이 뭔 성가신 일이 있는 갑제 그랑께 저라
고 싸와쌓제 엊그저께도 저라고 싸와쌓드만 오늘도 또 싸운갑네!" 하시며 별로 고양이의 싸
움에 관심이 없는 듯 지나가십니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한가하게 너희들 싸움 구경이나
하고 있겠냐?" 하면서 고양이를 향하여 "이 놈들 그만 싸워라!" 하며 큰소리를 버럭 질렀더
니 고양이들은 저를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한 마리는 골목길 옆에 세워둔 컨테이너 박스 밑
으로 한 마리는 바로 옆에 세워져 있는 담을 훌쩍 넘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저는 영구마을의 우편물 배달을 마치고 다시 금호리 돈다 마을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돈다
마을 손기수 씨 댁 마당에서 사람을 불러봅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다시 손기수
씨 댁의 현관문을 열고서 큰소리로 "손기수 씨! 손기수 씨!" 하고 불러보았지만 역시 대답
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사람이 아무도 안 계시는 모양이다!" 하고는 손기수 씨 댁의
현관문을 막 닫고 나오려는데 "아저씨 잠깐만요! 제가 깜박 잠이 들었나 봐요!" 하면서 손
기수 씨의 부인이 나오시더니 "아저씨 무슨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셨어요?" 하면서 저를 보
고 빙긋이 웃으십니다.
그래서 "아니요!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닌데요!" 하며 과속으로 무인카메라에 찍히는 바람에
적발되어 보성경찰서에서 보내온 범칙금 통지서를 내어드리자 손기수 씨의 부인께서는 "어
머나! 어머나! 어머나! 아이고 이게 지난번에도 나왔더니 또 나왔네~에! 저기 아저씨도 운
전하세요?" 하고 저에게 물으십니다. "아니요! 저는 차가 없어서 운전은 하지 않습니다!"
하고 대답을 하였더니 "아저씨 남자들의 마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우리 집 애기
아빠같이 착실한 사람도 이상하게 운전대 만 잡으면 사람이 확 달라져서 과속을 잘 한다니
까요! 왜 남자들은 운전대 만 잡으면 사람이 확 달라질까요?" 하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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