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뻥튀기 세알

큰가방 2001. 8. 24. 17:45
처서가 지난 날씨인데도 폭염은 식을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늘 속으로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이제 가을이 시작되었다는 신호가 아닌
가 생각합니다.
들판의 일찍 심은 벼(올벼)는 어느덧 베어져 새쌀이 나온다는 기대감으로 농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이제 가을걷이에 나선 농촌도 서서히 바빠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도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 등기 소포우편물 배달하기도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계십니까? 계십니까?"
하고 큰소리로 사람을 불러보아도 바쁜 농촌 형편상 사람 만나기가 쉬운 일입니까?
그런데 서너살 쯤으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아저씨 왜 그러세요?"
하고 대답을 하는 겁니다
"이정수씨가 누구 되시냐?"
"예 우리 할아버지인데요 왜요?"
"응 도장을 받아야할 우편물이 왔는데 할아버지나 할머니 어디 가신지 아니?"
"예 요 아래요 우리 외갓집에 가셨어요!"
"응 그러면 좀 모시고 올래 아저씨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께!"
"예 알았어요!" 하면서 그 아이는 쏜살같이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날씨는 덮고 마루에 잠시 앉아있을까?" 하면서 마루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니 금방
오실 것 만 같던 사람이 얼른 오시질 않으니 답답할 수 밖예요.
연신 더운 날씨 때문에 땀은 흘러내리는데 "왜 이리 늦는고?"
하면서 땀을 닦고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저의 옆구리는 꾹꾹 찌르는 겁니다.
고개를 돌아보니 서너 살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검정비닐봉지에 무엇인가를 담아 조금씩
내어먹으면서 저에게 한 주먹을 내미는 겁니다.
"응! 으응!" 하면서 말입니다.
"이게 무엇이냐?" 하는 저의 물음에 얼굴이 조금 상기되는 것이 아마 수줍음을 타는 모양입
니다.
저는 어떨 결에 아이가 쥐어주는 것을 받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다름이 아닌 옥수수 뻥튀기 세알입니다.
어린아이의 손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러나 어린아이가 크게 생각하고 저에게 내미는 옥수수 뻥튀기가 그렇게 예뻐 보이기는 처
음입니다.
"그래 고맙다 아저씨 생각하고 가져왔니?"
하는 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정말 천진난만한 그 모습 그대로 입
니다.
"고맙다 아저씨가 잘 먹을게 고마워 아저씨와 악수한번 하고!"
하는 저의 말에 고사리 같은 손을 내미는 아이가 정말 귀엽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직업을 가진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니 잠시나마 무더웠던 날씨가 갑자기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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