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우편물 배달시간이 늦어지는 이유

큰가방 2001. 9. 21. 16:59
가을 하늘은 언제 보아도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그리고 들판에는 점차 황금색 색을 더해 갑니다.
먼저 벼를 베어낸 논바닥에는 이제 내년을 기약하며 시커먼 속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와 함께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잎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가을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한가로이 산책을 즐길만한 시간은 없지만 그러나 마음만은 언제나 여유로운 생활을 하였으면 합니다.
"아이고 수고하십니다. 날씨도 더운데!"
"예 감사합니다. 우편물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물어봅시다! 요즘 갑자기 신문이 늦게 배달이 되는데 왜 그런 답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빙그레 웃으면서 수고하십니다 하시던 분께서 갑자기 인상을 확 바꾸면서 왜 신문이 늦게 배달이 되는지를 물어오시는데 당황할 수 밖예요
"아니 별로 늦지도 않았는데 왜 그러십니까?"
"지난번에는 오후1시쯤에 신문이 배달이 되었는데 엊그제부터 갑자기 신문이 오후3시가 넘어서야 배달이 되더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뭡니까? 혹시 술집에서 소주를 한잔하시고 천천히 오시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설명을 드렸지요
"선생님 저쪽에 도로를 좀 보십시오 저렇게 차들이 세게 달리는데 죽을 작정을 한사람 같으면 몰라도 어떤 사람이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저런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겠습니까?"
"그러면 혹시 어디서 낮잠을 한숨씩 주무시고 오시는 게 아닙니까?"
갈수록 태산이라 더니 아니 지금 우편물 폭주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 죽겠는데 낮잠을 자다니요 하는 마음이 갑자기 생각이 나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설명을 드렸지요
"선생님 지금 추석이 한 열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월말이 겹치니까 우편물이 폭주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편물 배달시간이 늦어진 것이지 어떻게 대낮에 낮잠을 자겠습니까 그리고 저희들은 우편물 배달이 끝이 나면 빨리 우체국에 돌아가서 목욕이라도 하고 차분히 쉬는 게 낫지 어디서 낮잠을 잔다면 잠이 오겠습니까 신문 배달시간이 조금 늦어진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어떻게 하든 빨리 우편물을 배달하려고 하지 일부러 우편물 배달하는 시간에 술을 마신다거나 낮잠을 자는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 월말이어서 각종 세금이나 공과금 고지서 등 우편물이 많은데다 추석 명절 겹치다보니까 소포우편물이 많이 오는 관계로 우편물이 폭주하니까 조금 이해하여 주십시오!"
하고 양해를 구하고 나니까 그분께서 이해를 하셨는지
"아! 그렇군요 그래서 이렇게 늦는군요 잘 알았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시더니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가시는 겁니다.
아마 조금은 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될 수만 있다면 우편물은 빨리 배달하여 드려야 하는 것이 우리 집배원들의 마음인데도 그러나 그 점을 아직도 이해를 못하시는 주민들에게 언제나 자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 또한 우리 집배원의 할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농촌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와 소포  (0) 2001.09.28
할머니들의 아지트?  (0) 2001.09.25
"내가 못살아!"  (0) 2001.09.18
주소없는 편지  (0) 2001.09.07
도장을 찾으시는 할머니  (0) 200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