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왜! 이렇게 복잡해요!

큰가방 2004. 7. 6. 21:21

왜! 이렇게 복잡해요?


2000/03/14

 

아침 일찍 보성우체국 우편실을 찾아오신 손님이 계셨습니다. "류상진 씨가 누구요?" 그래
서 "예 제가 류상진입니다 만 왜 그러십니까?" 하였더니 "아니 어디서 등기가 왔다고 집에
이런 통지서가 왔는데 왜 득량에서 보성까지 오게 만드는 겁니까?"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따지듯이 말씀을 하시는 그분은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예당리에서 살고 계시는 분 이였습니
다.

 

"선생님 우선 이리로 좀 앉으십시오. 저희들이 선생님을 우체국까지 오시라는 것이 아니고
3월14일 14시경에 선생님 댁을 방문한다는 내용입니다" 하고 설명을 드렸더니 "아니 여기에
는 16일까지 우체국에 와서 찾아가라는 내용 아닙니까?“ 하고 다시 물으십니다. "예 그런
뜻은 아닙니다. 여기를 자세히 읽어보시면 이렇게 쓰여 있지 않습니까? 3월14일 14시에서
16사이에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밑에 원하시면 희망하는 날짜 배달해드리겠습니다(5일 이내) 그리고 저의 핸드
폰 전화번호와 사무실 전화번호가 이렇게 적혀 있지 않습니까? 저희들이 선생님을 복잡하게
하려는 의도로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이 아니고 조금이라도 저희들을 기다리시는 시간을 줄이
기 위해 이렇게 연락처를 적어 놓은 것입니다".
 
하고 차분하게 설명을 드렸더니 "아! 그래요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등기편지는 우체국에 와
서 찾아가라는 내용으로만 생각을 하고 여기까지 오는데 어찌나 화가 나던지 여기 국장한테
항의를 하려고 했소! 내가 내용을 잘 읽어보지도 않고 이렇게 화를 내서 미안하요!" 하시는
겁니다.

 

"아닙니다. 번거롭게 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우편물 도착통지서가 오면 잘 읽어
보시고 혹시 댁을 비우시거나 하실 때는 전화를 해주시면 선생님께서 보관해 달라는 곳에
배달을 해드리겠습니다" 하였더니 "아! 그래요. 그런 좋은 제도인줄은 미처 몰라서 미안하
요! 그라문 수고하시요 잉!" 하시며 자리에서 일어나십니다.

 

"예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는 저의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오늘도 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나 보다 오늘은 왠지 모를 좋은 일이 있을 것 만 같다 기분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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