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민들레가 지나가는 바람에 많은 비가 내렸던 어제의 날씨와는 다르게 오늘은 구름 사
이로 햇볕이 나면서 다시 무더운 여름 날씨로 변해갑니다. 들판의 벼들은 이제 하루가 다르
게 푸른색으로 변하면서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그 위를 어디서 날아왔는지 여러 마
리의 잠자리들이 천천히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우편물을 배달하려고 보성읍 용
문리 성두 마을의 조그만 골목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한 분께서 조그만 손
수레를 밀면서 저의 뒤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섭니다.
"어! 할머니께서 골목길로 들어오시네! 그러면 저 집 마당에서 오토바이를 돌린 다음 할머
니께서 지나가시면 골목길을 내려와야겠다!" 하고서는 할머니께서 지나가시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지나가지를 않으십니다. "이상하다! 지금쯤은 할머니께서 지나가실 때가
되었는데!" 하고서는 오토바이를 잠시 세워두고 골목 길 밑으로 내려가 보니 할머니께서 제
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서 계십니다. "아니! 할머니! 무엇하고 계세요? 저는 할머니 지나
가시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아! 나는 우체부 아저씨가 골목질을 나가불문 우리 집이 갈라고 지달리고 있
제~에!" 하십니다. 시골의 골목길이라도 오토바이가 골목길을 들어서면 조그만 손수레도 비
껴 설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길이다 보니 할머니께서는 제가 골목길을 빠져나오기를 기다리
고 계셨던 것입니다. "할머니! 얼른 지나가세요! 그래야 제가 골목길을 나가지요!" 하였더
니 "아! 아저씨가 얼렁 나와 바쁜 양반이 얼렁 지나가야제 나는 천천히 가도 된께! 잉!" 하
시며 한사코 저에게 길을 양보하시는 겁니다.
"예! 할머니 그럼 제가 먼저 갈께요!" 하고서는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다시 큰 도로에 있
는 우체통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그리고 우체통에 우편물이 들었는지 확인하려고 오토바이
를 세우는 순간 예쁜 아가씨가 저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아저씨! 지금 우체통 열어보려고
하시는 거예요?" 하고 묻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만 왜? 그러시는데요?" 하였더니 아가씨
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저씨! 다름이 아니고요! 제가 우편물을 등기로 보내야 하는데 그만
깜박하고는 우체통에 넣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우체통에는 수집시간이 10시 40분이라고 적혀 있어서 10시 40분에 아저씨가 오
실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은 많이 늦으셨네요?" 합니다. "예! 오늘은 공시지가 조
사표에 재산세까지 나오는 바람에 우편물이 아주 많아서요! 그래서 늦었어요! 여기 보시면
전화번호가 있는데 이쪽으로 전화를 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러면 제가 빨리 올 수도 있었는
데!" 하였더니 "아~아! 여기 전화번호가 있었구나! 저는 전화번호를 못 봤어요! 그래서 저
는 한참을 아저씨 오시기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더니 "아저씨! 그런데 오늘 우편물을 보내면 내일까지 서울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묻습니다. "예~에! 아주 급하시면 국내 특급으로 보내시면 내일 오전에 받아볼 수 있을 겁
니다! 그리고 빠른 우편으로 보내셔도 요즘은 잘 도착하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면서
우체통을 열어 우편물을 꺼내 아가씨에게 돌려주었더니 "아저씨 고맙습니다! 저는 혹시 우
체통에 편지를 넣었는데 아저씨들이 우편물을 걷으러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
이 했어요!
그래서 이 옆 가게에서 혹시 아저씨께서 안 오시는 경우도 있는가? 하고 물어 보았더니 아
저씨들이 조금 늦는 경우는 있어도 틀림없이 오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저
씨! 고맙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하고는 그 아가씨는 우체국을 향하여 가는 것 같습니
다. 지금도 시골마을 도로 옆에는 빨간 우체통이 세워져있는 모습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그 빨간 우체통들은 오늘도 여러분께서 아름다운 사연을 정성들여 써 보내는 편지를 넣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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