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돈이여?”
2007년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 가득 우편물을 싣고 시골마을을 향하여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시골마을로 향하는 도로 옆 들판, 이미 가을걷이가 끝나버린 논들은 깊은 겨울잠에 빠져 조용하기만 한데 먹이 찾는 산비둘기 몇 마리가 저의 오토바이 소리에 놀랐는지 갑자기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하늘 높이 솟아오릅니다. “옛날 빨간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할 때는 산에 들에 산비둘기 대신 꿩들이 아주 많았는데 그때의 꿩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이제 산비둘기들이 들판을 지키고 있는 것 일까?”하는 생각을 하며 도착한 마을은 전남 보성 회천면 회령리 도당마을입니다. 그리고 제가 도당마을에서 열심히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는데 골목길을 나오던 초등학교 5학년 쯤 보이는 여자 어린이가 “집배원 아저씨!”하며 저를 부릅니다. “예쁜 공주님께서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아저씨! 제가 의문난 점이 있어 아저씨께 문의하려고 하는데요!” “예쁜 공주님께서 무슨 의문난 점이 있나요?” “제가요! 우리 사촌언니에게 편지를 보내려고 하는데요, 언니 집 주소는 알고 있는데
우편번호를 몰라요! 그런데 편지를 보낼 수 있나요?” “그러면 편지를 써서 나에게 주세요! 그럼 우편번호는 아저씨가 대신 써서 보내주면 되지요!” “그런데 우리 집에는 우표가 없어요! 그리고 우체국은 너무 멀어 우표를 사러 갈수도 없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럴 때는 우표 값 250원을 아저씨에게 주면 내가 우표를 사서 편지에 붙이면 되지요!” “아~아! 그러면 되겠구나~아! 아저씨! 고맙습니다!”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소영아! 지금 누구랑 이야기하고 있는 거냐?”하고 어린이의 엄마가 묻습니다.
“응! 집배원 아저씨하고 이야기하고 있어!” “그래~에! 그럼 집배원 아저씨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해라! 엄마가 물어볼게 있다고 알았지?”하더니 어린이의 엄마가 금방 달려 나오더니 “아저씨! 저쪽 건너 마을 저의 시어머니 알고 계시지요?”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습니다. “예! 알고 있는데요! 무슨 걱정스러운 일이라도 생겼나요?” “혹시 어제 저의 시가(媤家)집에 돈이 오지 않았나요?” “어제 돈이 와서 배달하러 갔더니 집에 아무도 계시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영감님께 휴대전화를 했더니 ‘지금 서울 가는 길이니까
그냥 집에 놔두고 가라!’고 하셔서 현관문을 열고 거실 오른쪽에 다른 편지와 함께 놓아두고 실내화로 눌러놓았는데 못 찾으셨다고 하던가요?” “어제 밤 시어머니께서 저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오늘 우체부 아저씨가 돈을 놔주고 간다고 했는디 아무리 찾아도 없단 마다! 우체부 아저씨가 거짓말하실 양반도 아니고 또 누가 돌라(훔쳐)가도 않았을 것인디 이상하단 마다!’하셔서 어떻게 된 일인가 알아보려고요!” 그런데 그 순간 저는 그만‘아차!’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어제 제가 거실에 놓아두고 온 것은 현금이 아닌
수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제 제가 현금을 놓아 둔 게 아니고 수표를 놓아두었거든요, 그리고 봉투에 등기 편지라고 볼펜으로 크게 써 놓았는데 할머니께서 못 찾으셨을까요?” “저의 시어머니께서 글을 모르시기 때문에 수표는 생각지도 않고 현금만 찾으셨나 봐요! 그런데 어떻게 하지요? 제가 시가집에 가봐야 하는데!” “그럼 제가 이따 그 마을에 우편물 배달하면서 들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아무리 글을 모르는 할머니라도 수표 정도는 알고 계시겠지요,”하고 어린이의 엄마를 안심시킨 후
저는 할머니께서 살고 계시는 마을을 향하여 달려가면서 ‘만약 할머니께서 수표인줄 모르고 찢어버리거나 태워버리기라도 하셨으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할머니 댁 마당으로 들어가 “할머니! 할머니~이!”하고 큰소리로 부르기 시작하였더니 할머니께서 뒤꼍에서 얼른 달려 나오시더니“안 그래도 아제한테 뭣을 잔 물어봐야 쓰것는디!” “무엇을 물어보시려고요?”하였더니 주머니 속 깊이 넣어둔 등기편지 봉투를 꺼내더니 “이것이 돈이여?”하고 물으십니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이 구름에 가려 있었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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