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잘못했나요?”
“오늘 오후부터 찬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기온도 뚝 떨어져 비 또는 눈이 내리는 날씨가 되겠으며 특히 남부지방에서는 약 15cm의 다소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오니 운전하시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했는지 제가 우편물을 정리하여 시골마을을 향하여 우체국 문을 나설 무렵부터 하늘에서 짙은 먹구름과 함께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그것도 잠시 함박눈으로 바뀌면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붓기 시작합니다.
“요즘 너무 가물었기 때문에 비나 눈이 내리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우편물 배달이 끝나는 오후부터 내리면 정말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붓던 눈이 다시 빗방울 바뀌면서 점차 가늘어지더니 이내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것 참! 신기하다! 어떻게 하늘에서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알고 눈발이 그치는 것이지?”하며 저는 전남 보성 회천면 동율리 만수마을에서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께서
“아제! 이것 잔 봐 줘! 이것이 우리 것이 아닌 것 같은디 이것 뭣이까?” “할머니 이것은 유선방송 시청료인데요,” “그래~에! 고지서가 지난달에는 이렇게 안 나오든디 이달에는 왜? 이라고 나오까?” “지난달까지는 고지서가 엽서처럼 생겼었는데 이달부터 지로용지로 바뀌었나 봐요!” “그래~에! 그라문 이것 잔 갖고 가서 우체국에 바쳐 주문 안 되까?” “그럼 그렇게 하세요!”하며 잠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영감님 한분이 저에게 다가오시더니 “어이! 자네 나 좀 봐! 자네 무슨 일을 그따위로 하는가?”하며
다짜고짜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어르신! 제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왜 화를 내세요?” “아니! 왜? 우리 통을 남의 통에 넣는 거여? 자네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여? 없는 거여?”하시며 이번에는 고함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아니! 으째서 점잔한 우체부 양반한테 화를 내고 그라요? 뭔 할말이 있으문 좋은 말로하제!”하시자 “아니 일을 제대로 해야 화를 안 내제! 내가 지금 화가 안 나게 생겼어? 화가 안 나게 생겼냐고?”하시며 이번에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만 그만 고정하시고 다시 한번 천천히 말씀해 주실래요? 제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그랑께 으째서 우리 통을 남의 통에 넣었냐? 그 말이여! 엉? 으째서 우리 통을 남의 통에 넣고 댕기냐고~오?” “무슨 통을 어떻게 넣었다는 말씀이세요? 그렇게 고함만 지르지 마시고 다시 한번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하였더니“아! 편지 넣는 통 안 있어? 그란디 우리 편지를 으째서 남의 통에 넣었냐? 그 말이여!”하시며 답답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십니다.
“그러니까 어르신 우편물을 다른 사람 우편 수취함에 넣었다는 말씀이세요?” “내가 지금 자네 사장한테 쫓아가서 자네들 전부 모가지를 떼라고 할 판인디 아직 바빠서 못가고 있어 알았어?” “그런 일이 있었어요? 어르신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르신 우편물이 누구 집 수취함에 있던가요?” “나도 안 봐서 몰라! 엊그저께 누가 그라드만 우리 편지가 남의 집 편지통에 들었다고” “엊그저께라면 언제를 말씀하시는 건데요?” “아닌가? 한 며칠 되었는가?”
“저희들이 어르신 우편물을 잘못 배달하였다면 다시 찾아다 드려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누구네 집인 줄도 모르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시면 어떻게 우편물을 찾아드릴 수 있겠습니까?” “내가 편지 찾아다 주라고 그런 것은 아니여! 그랑께 앞으로 편지 배달을 잘 하란 말이여! 알았어? 첨에 내가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참말로 화가 나서 우체국에 쫓아가려고 했는디 자네를 봐서 참으니까 그렇게 알아!”하시자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무단히 내가 우체부 아제를 붙잡는 바람에 저 양반한테 혼나는구먼.
이럴 줄 알았으문 그냥 가라고 할 것인디!” “괜찮아요! 할머니! 제가 무엇인가 잘못한 일이 있으니까, 어르신이 화를 내시지 괜한 사람 붙잡고 이렇게 화를 내시겠어요? 그리고 어르신! 저희들이 다소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이해하시고 이제 화 푸세요! 아시겠지요?”하였더니 “알았네! 이렇게 큰소리를 내지 않아도 되었는데 괜히 자네한테 화를 내서 내가 미안하시!”하시며 미안스럽다는 듯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전남 보성 회천면 동율리 우암에서 바라 본 서당리 연동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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