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건강이 최고여!"

큰가방 2007. 5. 5. 21:50
 

“건강이 최고여!”


4월말이 가까워지자 평년의 5월 중순처럼 밝고 화창하면서도 조금은 무더운 날씨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시골마을 어느 집 정원에서는 매일 하루가 다르게 활짝 피어나 미소를 짓고 있는 빨강 하얀 노오란 연분홍 철쭉꽃 사이를‘윙윙’거리며 달려드는 꿀벌들을 무시하고 커다란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어디선가 날아온 호랑나비 한 마리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고 있는 모습에 반한 내가 폰카를 이용하여 사진 한 장을 촬영하려고 호랑나비에게 “꽃에 앉아 잠시만 포즈를 취해줄 수 없겠니?


잠시만 꽃에 앉아 기다려라! 잠시만!”하고 몇 번을 사정하였지만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랑나비는 자꾸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니까! 그새를 못 참고 그렇게 날아가 버리면 나는 어떻게 하니?”하고 호랑나비를 원망하다 “참! 지금 우편물을 배달해야하는 시간인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지?”하는 생각을 하며 전남 보성 회천면 군농리 금광마을 입구에 들어서고 있는데 마을 앞 정자에서 따뜻한


봄 햇살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던 할머니 두 분께서“아제~에! 나 좀 보고가~아!”하고 나를 불러 세우셨다. “할머니!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무슨 일이 있것어? 아제한테 부탁 잔 할라고 불렀제!” “무슨 부탁인데요?” “이따 편지 배달 끝나문 우체국에 들어 가시제?” “당연히 들어가지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내가 물팍(무릎)이 아퍼서 걸음을 잘 못 걸어! 그래서 그란디 이따가 아제가 우체국에 들어가문 여기 요것 잔 우체국에 갖다 바쳐 주문 안되까?”


“그것이 무엇인데요?” “테레비 세(유선방송 시청료)하고 전화세하고 두 가지 껏이여! 그란디 미안해서 으짜까?” “할머니께서 무릎이 아프지 않더라도 그런 심부름은 얼마든지 해 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미안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 아제는 생전 심바람을 시켜도 싫단 소리를 안 하드만 그랑께 고맙기도 하제만 어쩔 때는 참말로 미안하드랑께!” “미안하게 생각하지 마시라니까요!”하며 “할머니! 유선방송 시청료와 전화요금 모두 합쳐 만 이천 삼백 원이 나왔네요!”


“그랬어? 그래도 이달에는 돈이 쪼금 뿐이 안나왔네!”하며 주머니에서 돈을 막 꺼내려다 말고 길 건너편 도로를 보더니 갑자기“우메! 저 영감은 지팽이도 안 짚고 오늘도 율포(회천면 소재지)를 갔다 온갑네!”하셨다. “할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지팡이를 안 짚다니요?” “와따~아! 쩌기 길 건너 양복입고 걸어오는 영감 안 있어? 저 양반이 올해 80살이 넘었는디 아직도 지팽이도 안 짚고 율포 노인당을 날마다 왔다 갔다 하고 있단께!”하신다. “저 영감님이 누구신데요?”


“여그(여기) 아랫집 김영주 아부지(아버지) 안 있어? 그 양반인디 뭣을 잡순가는 몰라도 저라고 건강해갔고 날이문 날마다 옷을 깨끗하게 차려입고 노인당을 걸어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단께! 저런 것을 보면 부러워 죽것어!” “그럼 저 영감님께서는 매일 왕복 5키로나 되는 거리를 지팡이도 없이 걸어 다니신다는 말씀이세요?” “참말이랑께! 그래서 엊그저께 저 양반 며느리한테 내가 물어봤어! 저 양반은 뭣을 잡숫고 저렇게 건강하냐고!” “뭣을 잡숫고 계신다고 하던가요?”


“그란디 뭣을 특별하게 잡순 것은 없고 그저 날마다 밥하고 김치만 먹는다고 그러데!” “그런데 저렇게 건강하시단 말씀이세요?” “와따~아 그라문 내가 거짓말 할 것이여?” “할머니!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영감님께서 저렇게 날마다 계속 걸어 다니시니까 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거든요. 할머니들 대부분이 무릎이 좋지 않아 걸어 다니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까 자꾸 몸은 불어나고 그러다 보면 더욱 몸이 무거워져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그래서 잔병도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 영감님처럼 운동 삼아 천천히 여기저기 바람도 쪼일 겸 걷는 운동을 하시는 것도 건강에 좋을 것 같아요!” “금메! 그라문 좋은지 알제만 그것이 으디 쉬운 일인가? 여기저기 아픈데 없이 건강하게 살다 죽으문 좋은디 그것이 맘대로 되야 말이제! 그라고 늙어서 몸을 못 이기고 자리에 누워 있으문 그것도 자식들한테 구박받을 일인디 아이고! 병 없이 살다 죽으문 을마나 좋을까? 하여튼 건강이 최고여!”

 

*지난 2월에 파종한 옥수수가 많이 자랐지요? 

*춘궁기 시절 우리의 배 고픔을 달래주었던 자운영 꽃입니다.

*지난 1월에 파종하였던 감자가 벌써 수확을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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