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아저씨! 전화주세요!"

큰가방 2005. 2. 27. 09:46
 

"아저씨! 전화주세요!" 

2001.03.10


춥게만 느껴지던 날씨가 오늘은 웬일인지 포근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봄을 느끼게 합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의 합창이 들리는 듯 합니다. 이제는 완연한 봄인가 합니다. "언제나 아파트는 골치란 말이야 집에 사람들이 붙어있으면 어디가 덧이 나는지 어쩐지 통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으니 말이야!" 속으로 구시렁구시렁 거리면서 오늘도 아파트를 오르락내리락 정신없이 돌아다닙니다.


"이집에는 오늘은 사람이 좀 있으려나?" 하면서 벨을 누릅니다. 그러나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사람이 있을 턱이 있나?" 하면서 막 돌아서려는데 출입문 손잡이에 조그만 메모지가 보입니다. "이게 뭔가?" 하면서 들여다보니 메모지에 이런 글이 적혀 있는 겁니다. "집배원 아저씨! 저의 집에 들르시면 이리로 전화 주세요! 잠시 자리를 비우니 전화주시면 바로 달려올게요. 수고스럽지만 꼭 부탁합니다!"


하는 메모지가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하려는데 이건 또 웬일입니까? 저의 핸드폰이 통화가 되지 않는 겁니다. 어째 이런 일이 개똥도 약에 쓰려면 귀하다드니 왜 하필 이런 때 핸드폰이 말썽이냐 하면서 할 수없이 공중전화기로 와서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아저씨! 지금 어디 계세요?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 집 앞에 그대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하는 겁니다.


"예! 지금 집 앞이 아니고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기다려 주시면 제가 금방 올라가겠습니다!" "예 알았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다시 아파트에 올라갔더니 사람이 없는 겁니다. “이상하다!” 하고서 막 승강기를 타려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어머! 아저씨 저는 여기 계신 줄 모르고 공중전화 앞에 계신다고 해서 그리로 갔다 왔어요!" 하는 겁니다.


"이것 참! 숨바꼭질을 했군요! 그래서 그냥 집에 계시라니까요!" 하는 저의 말에 "아저씨도 힘드신데 아파트를 세 번씩이나 오시게 할 수가 없잖아요!" 하시는 겁니다. "아무튼 메모를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부터도 어디 외출하시면 이렇게 메모를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였더니 "아저씨! 피곤하실 텐데 죄송합니다. 여러 번 왔다 갔다 하시게 해서!" 하는 위로의 말 한마디가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 는 속담이 있습니다. 오늘은 말 한마디가 하루의 피로를 확 풀어주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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