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잊었어요!"
2001.03.23
들어보셨나요?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는 오후의 한나절 이름 모를 들꽃들이 모두 모여 아름다운 봄날을 노래하는 소리를 바라보셨나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엄마 염소 아기 염소 옹기종기 모여 앉아 봄날의 따사로움을 이야기하는 정겨운 광경을. "할머니! 혹시 이민우 씨라고 아시겠어요?" "이민우 그런 사람 모르겠는데!" "이상하다! 여기에는 한성용 방 이민우라고 쓰여 있는데 혹시 할머니 댁에서 살고 있는 다른 사람은 없어요?"
"응! 다른 사람은 없어! 우리 며느리는 박씨인데 이민우 라는 사람은 안 살아!" "그래요! 여기 편지에는 한성용 씨 방 이민우 라고 되어있거든요!" 하면서 등기 우편물을 놔두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반송하기도 곤란하고 애매한 등기우편물 한통 때문에 시간 만 낭비하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는 답답한 생각뿐입니다. 그러다가 "그렇지" 하면서 메모지를 남겨 두기로 하였습니다. '혹시 이민우 씨를 아시면 핸드폰으로 연락주세요!' 하는
글을 메모지에 적어서 "할머니 혹시 며느리나 아드님이 오시거든 이것 좀 전해주세요! 그리고 이리로 연락 좀 해주시라고 전해주세요!" 하고는 열심히 다른 마을의 우편물 배달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립니다. "여보세요 이민우 씨 우편물이 왔다고요? 그게 우리 집 옆에 공사판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우리 집에서 우편물을 받아 놓기로 하였는데 제가
그만 깜박 잊고 우리 시어머니께 말씀을 안 드렸어요! 미안합니다만 다시 우리 집으로 배달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저씨! 그 우편물이 상당히 바쁜 우편물이거든요 지금 우리 집으로 가져다주실 수 없을까요?" "예~에! 그렇습니까? 그런데 지금 당장은 곤란하고 한 20분쯤 후에 가져다드리면 안되겠습니까? 지금 봉산리 우편물 배달이 거의 끝나 가는데 아주머니 댁까지 다시 갖다오려면 16km쯤 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잠시만 댁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그러세요? 그러면 제가 우리 시어머니께 도장을 가지고 계시라고 할게요! 저의 시어머니께 배달을 해주세요! 자꾸 오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예!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문제의 등기우편물을 배달하러 갔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아저씨! 미안하요! 요새 애기들 하는 것은 통 말을 안 한께 뭔 속이 뭔 속인지 알 수가 있어야제!
그랑께 무단히 아저씨를 고생 시킨갑이요! 이해 하씨요! 잉!" 하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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