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안타까운 사연

큰가방 2005. 3. 5. 17:53
 

안타까운 사연 

2001.03.28


엊그제만 해도 하얀 꽃잎을 머금고 금방이라도 터뜨릴 것 만 같은 벗 꽃나무 매화나무들이 오늘은 몸을 움츠리고 떨고 만 서 있습니다. 겨울이 다시 찾아온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의 추위에 나무들도 몸을 움츠리고 있는 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제 완연한 마음의 봄은 우리 곁에서 웃고 서 있습니다. 그리고 봄을 손짓하고 있습니다.


"계십니까?" 날씨가 추워서 인지 아니면 바람소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을 불러도 인기척이 없습니다. 다시 한번 소리쳐 불러봅니다. "계십니까? 계십니까?" 한참을 큰 소리로 사람을 불렀더니 "아니 누구요?" 하시며 할머니 한분이 나오십니다. "혹시 김일두 씨라고 아시겠어요?" "응 김일두? 김일두는 내가 김일둔 디 왜 그래?"


"다름이 아니고 의료보험 조합에서 등기가 왔네요!" "아저씨 이것이 뭣이여?" "의료보험료 납부고지서 인 것 같네요!" "아니 나는 이런 것이 안 나올텐디 뭔 이런 것이 다 나와! 이것이 뭣인가 좀 봐줘 나는 영세민이라서 이런 것이 안 나오든디!" "그래요 그러면 이리 좀 줘보세요" 하면서 우편물 봉투를 뜯어보니 미납 의료보험료 543,770원을 내라는 고지서 독촉장입니다.


그동안 몇 개월이 밀린 의료보험료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상당히 많은 액수입니다. "할머니 의료보험 조합에서 독촉장을 보냈는데요!" "응? 나는 그런 것 안내도 된다고 그라드만 나는 자식도 없고 혼자서 살아 그래서 우리 동네 이장이 그런 것 안내도 된다고 그라드만 뭔 이런 것이 나왔으까?" "그러세요! 그러시면 이 동네 이장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언제 한번 이장한테 물어본께 ‘나는 잘 몰라요!’ 그라드만 그란디 또 물어 보문 화 안 내까?"


"언제 물어보셨어요?" "응 지난번에 언제 한번 이런 것이 나왔길래 이장한테 물어 봤제! 그란디 나는 잘 몰라요! 그람시로 화를 내드랑께!" "예! 그래요! 그래도 이장님에게 물어보셔야지 누구 물어볼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알았소! 그라문 이장한테 또 물어봐야제 추운디 고생하셨소!" 하시며 힘없이 방문을 닫고 들어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몹시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어서 빨리 따뜻한 새봄이 왔으면 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외롭게 사시는 할머니께서 의료보험료 때문에 속이 상하시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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