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오늘 하루 이익금

큰가방 2009. 4. 5. 09:20

오늘 하루 이익금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시골마을에 우편물을 배달하러가는 길. 우수(雨水)가 지나고 경칩(驚蟄)이 가까워지면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잔잔한 햇볕과 멀리 해변을 따라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은 봄이 이미 우리 곁을 찾아와버린 듯 따뜻하고 온화한 날씨로 변하면서 시골마을로 향하는 도로변 밭에서는 로터리를 치는 트랙타의 힘찬 굉음 소리와 봄 감자 씨를 파종하는 아낙네들의 즐거운 이야기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늘이 2월의 마지막 금요일이니 이제 겨울도 끝이 났구나!


금년 겨울은 그렇게 추운 날씨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전남 보성 회천면 화죽리 화당 마을 우편물 배달을 마치고 마산마을로 향하는 좁은 도로에 들어서는 순간 시골마을로 돌아다니며 확성기를 이용하여“따끈따끈한 두부 있습니다. 콩나물, 단무지, 어묵 있습니다. 라면, 소주, 막걸리도 있습니다.”하며 외치고 다니면서 식료품을 파는 트럭을 만나 잠시 길을 비켜주면서 “수고하십니다. 오늘 많이 파셨나요?”하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모두 들녘에 일을 하러 나갔는지


요즘에는 마을에 사람들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그저 그러네요!”하며 인사를 나누고 차(車)는 화당 마을로 나는 마산마을로 향하여 마을에 거의 들어섰는데 도로에 비닐봉지로 포장한 어묵 1봉지 단무지 2봉지가 떨어져있었다. “어? 이게 왜 여기 떨어져있지? 누가 버린 것은 아닌 것 같은데!”하는 순간 방금 지나친 식료품 파는 차에서 떨어뜨린 것 같아 얼른 어묵과 단무지를 주워 오토바이 적재함에 싣고 화당 마을로 향하였다. “지금쯤 식료품 파는 사장님은 이것이 차에서 떨어진 줄도 모르고


마을에서 물건을 팔고 있겠지?”하고 부지런히 달려 화당 마을에 도착했는데 식료품 파는 트럭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 이상하다! 차가 어디로 갔지?”하며 서동마을 쪽을 바라보았는데 차는 어느새 서동마을로 들어가는 왼쪽 길로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다. “시골마을에서 물건을 팔려면 확성기로 방송을 하고 나서 마을 사람들이 나올 때까지 잠시 기다려야 하는데 무엇이 바빠 저렇게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그나저나 단무지와 어묵은 어떻게 하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저 차는 마을 왼쪽으로 가고 있으니 나는 오른쪽으로 가면 만날 수 있겠지?”하고는 차가 가는 반대 방향 길을 달려 마을로 들어섰더니 식료품 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빙긋이 웃으며 “사장님! 혹시 뭐 잃어버리신 것 없습니까?”하고 물었더니 “글쎄요?”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에 도로에 떨어져 있던 어묵과 단무지를 보이며“혹시 이것 사장님 물건 아닌가요?”하였더니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차에서 물건 떨어진 줄도 모르고 장사한다고 하고 있으니


만날 장사를 한다고 해도 남는 것이 없지!”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요즘 불경기라 그런지, 아니면 시골이 농사철이라 그런지 몰라도 장사도 잘 되지 않는데 단무지 2봉지 3천원, 어묵 한 봉지 2천 원해서 5천원 손해 볼 뻔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그래도 사장님을 만나 전해드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아까 화당 마을에서 이쪽 마을로 쏜살같이 달려가시기에 저는 사장님을 못 만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마을에서 방송을 했으면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하러 나오는 시간 동안 기다렸다 사람들이 나오지 않으면


그때 다른 마을로 이동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저도 그런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을에 들어서기 전 미리 방송을 하면 사람들이 나와서 기다리는데 오늘 따라 아무도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쪽 마을로 와 버렸어요. 더군다나 요즘은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시골로 돌아다니며 식료품 같은 물건 파는 차들이 많아지면서 하루 일당 벌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아무튼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와 물건 돌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장사도 잘 되지 않았는데 하마터면 오늘 하루 이익금이 모두 날아갈 뻔했네요!”

 

 

식료품을 판매하는 차에서 떨어뜨린 단무지 2봉 어묵 1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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